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던 때를 돌이켜보면 특별히 좋은일이 없었어도 향수에 젖어들곤 한다. 각기 다른 모습이었지만 애틋하긴 마찬가지다. 어른이라고 하기 민망한 그때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마치 사랑이 남들과 비슷하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는것처럼. 

  풋풋한 대학생인 가오루는 원인불명의 식욕이상으로 엄청나게 먹어댄다. 그렇지만 그런 증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먹은 음식을 모두 적는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 식욕의 이상을 제외한 일상은 변함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업이후 친구와 만나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야구응원도 가며 키카 크지 않는 동생을 챙기기도 한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식욕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추가된 또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끝이 보인다.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그렇고 어느덧 야구도 마지막 리그전이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오늘과 같은 내일, 다음을 바랄 수 있었던 시간의 끝을 깨닫는다. 내가 미처 알기도 전에 그 시간들을 보내버렸던것을 생각하면 가오루와 그녀의 친구들은 제법 어른스럽고 똑똑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오늘에 대해 슈거타임이라 정의를 내린다. 

  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워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p.186

   나는 지나가버린 내 시간들에 작가처럼 달콤한 이름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맛으로 표현한다면 달지 않아도 맛있는 그런 것으로 하고싶다. 딱히 잘하는것 하나 없었지만 모나지 않게 생활하며 고민하고 웃고 울던 그때를 둥굴레차로 표현하면 조금 비슷할런지. 화려한 이력이나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그 향이 살짝 미소짓게 만드는......

    오가와 요코의 작품은 처음이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 많아 낯설지 않다. 표지의 사진이 정말 온화하다. 그녀의 은은한 미소가 이 책, 슈거타임과 무척 닮았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봄날과도 같은 작품이다. 덕분에 읽는 나도 밝고 맑아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설익었지만 그 자체로 예쁜 청춘에 대한 차분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나는 나의 시간을 이렇게 담담히 그녀낼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한 첫만남이 참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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