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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1 -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당당하고 카리스마가 넘칠것만 같아보이는 표지의 그림과 달리 제목이 참 안쓰럽다. 혐오스럽다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저 여자는 대체 무슨일이 있었길래 그런말을 들어야 했을까? 무서운 마츠코, 나쁜 마츠코, 다시 보고싶지 않은 마츠코 라는 식의 표현이었다면 모르겠다. 그렇지만 혐오스럽다는 말은 내겐 무한한 동정심으로 마츠코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책은 마츠코의 일생을 그린 부분과 그녀가 살해된 후 경찰의 연락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 조카가 고모에 대해 알아보는 부분으로 나뉘어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그래서 사실 처음엔 갑자기 바뀐 내용과 문체에 당황했었다. 책을 읽는 분들은 소단원이 시작될때 쓰여있는 연도를 잘 보고 읽으시길. 뒷정리를 부탁받은 집의 주인이 있는줄도 몰랐던 자신의 고모라면 분명 나라도 기분이 묘할 것이다. 촌수가 먼것도 아닌데 이제껏 모르던 사람으로 살았다면 금새 반갑고 애틋한 마음이 들기는 힘든게 당연하다. 더욱이 이제 알게 된 고모가 살해되었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마츠코의 조카 쇼는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가는듯한 뜨뜻미지근한 행동을 보인다. 시간이 지나 현장을 찾고 사진을 보고 주변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고모에 대해 더욱 알고싶어 하는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게 보였다. 처음부터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 쇼라는 인물에 어색함을 느껴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츠코의 이야기는 교사가 되어 고향에서 국어선생님으로 지내는 시절부터 시작한다. 자신보다 아픈 동생에게 모든 관심이 쏠린 아버지에게 시선을 받고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원하던 전공까지 바꿔가며 선생님이 되었지만 여전히 동생뿐이다. 학교에선 수학여행지에서 돈을 훔친 혐의를 받는 자신의 반 학생을 대신해 돈을 채워넣으려다 일이 꼬이면서 결국 사직서를 내고 고향을 떠나게 된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직접적인 시작점인 셈이다.
자신의 말보다 돌아가는 상황과 소문을 더욱 믿는 사람들에게서 마츠코는 실망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해고를 당하게 되는 일의 흐름이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츠코가 내딛는 행보마다 꼬여버렸지만 그만큼 그녀의 주변에 세워지는 벽은 높고 단단했다. 화가나고 억울하고 지치는 마음이 가득한 마음은 마츠코가 순간순간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속마음과 다른 말과 행동에서 나타났다. 자신을 좋아해주던 옆반 여학생에게, 집을 나가지 말라고 울며 매달리는 병약한 동생에게 차갑고 냉랭하게 했던 부분이 그것이다.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주변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미워질것만 같았다. 나는 보이는데 그들은 안보이는건가 하는 마음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본적도 없고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가 컸는데 한권으로 스토리가 끝나지 않아 아쉬웠다. 무작정 집을 나와 밑바닥까지 떨어지며 살던 마츠코는 앞으로 무슨일을 겪을지, 고모를 고향에서 떠나게 만들었던 제자를 만난 쇼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 너무 안타까움이 커서 답답한 마음도 많이 드는데 눈을 자꾸 끌어들이는 책이었다. 이 다음편이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