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이름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고, 금새 그의 팬이 되었다. 꾸준히 책을 읽다 최근 그의 작품에서 언짢은 구절을 발견해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런 작가의 새 작품이 나왔다. 그래도 결국 손이 가는걸 보면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걸이라는 책을 작년 겨울에 읽었다. 책 속의 여성들과 같은 나이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속마음을 썼다는것에 허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이정도 표현을 한 사람이 자신과 같은 남자의 마음을 그려냈다니 더욱 읽고 싶어졌다. 걸보다 훨씬 나을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마돈나라는 상징적인 제목의 책 안엔 다섯명의 중년남성이 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에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직장부하를 여성으로 보고 혼자 짝사랑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가치관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들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기도 하고, 새 부서의 부정때문에, 자신의 미래와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하는 노인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도무지 빈틈을 보이지 않는 낯선 업무방식 스타일의 여자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러한것처럼 이들도 집과 직장, 부모님과 자신의 가정, 자기 자신의 미래라는 영역에 깊숙히 얽혀 웃기도 울기도 하며 살고있었다. 

  나는 남자도, 중년도 아니어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냥 그렇구나, 그런 모양이구나 하는 수밖에는. 다만, 조금 답답했다. 일본도 한국의 남자들처럼 여자앞에서 남자라는 자존심이 센것같다. 알파걸이라는 말이 등장했을만큼 여자들은 더이상 남자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남자건 여자건 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훗날 결혼할 사람도 가장으로서 존경하고 날 이끌어줄 남자가 아니라 내가 하듯 나에게 존중하고 노력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여자들은 그렇게 변하고 있는데 책 속의 남자들은, 그들과 닮아있는 현실속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어느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여자가 남자들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했을까. 관례처럼 굳어진 부정에 안주하고 있는 총무부를 마누라에 비유한 표현이나 상사의 완벽함에 숨막혀하다 우연히 알게된 다른모습을 아내의 경우와 비추어가며 싱긋 웃는 내용, 자식과의 갈등을 푸는데에 소극적인 행동을 하는 그 모든 모습에 깔린 관념이 나는 답답했다. 

  어쨌거나 낯익은 아저씨들을 많이 만났다. 언젠가 만날 남편도 저런 모습이 되겠지. 아니, 당장 우리들 아빠도 저렇겠지. 문득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듯한 기분이 들어 머쓱해진다. 추워진 날씨에 몸이 굳어 집에 들어오는 아빠와 함께 때론 술 한잔을 해보는건 어떨까. 때론 광고를 따라 깜찍한 무용과 함께 노래를 곁들인 재롱은? 어떤 식으로건, 한번 씩 웃으면 껄끄럽게 굴러가는 인생의 수레바퀴도 싫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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