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한나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마음산책/ 2016-01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로 20세기 탁월한 정치이론가 한나아렌트의 인터뷰집이다. 워낙 여러 책들에서 그녀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터라 무척 궁금했었다. 한나 아렌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는지... "사유한다는 것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였기에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거다. 한나 아렌트의 냉철한 사유와 당당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책일거라고 기대해본다.

 

 

 

 

2.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유유/ 2016-01

 

  <동사의 맛>을 쓴 김정선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글을 잘 쓰려면 퇴고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막상 글을 스스로 고쳐보려면 어디가 어색한지, 뭘 어떻게 다듬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다. 어색한 문장을 살짝만 다듬어도 보기좋고 잘 읽히는 문장이 된다. 목차를 살펴보니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을 해온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듯 하다. 실제적이고 핵심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3. 25년간의 수요일/ 윤미향/ 사이행성/ 2016-01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인 윤미향이 묶어낸 25년간의 수요집회 기록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지우고 싶어하는 역사다. 그에 맞서는 방법은 진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일거다. 그래서 이 책은 귀한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어난 '위안부' 문제가 왜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졌는지, 아픈 경험을 꺼내놓기 힘들어했던 할머니들이 어떻게 평화인권가로 변했는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세세히 담았다.

 

 

 

 

4. 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 / 권오길/ 지성사/ 2016-01

 

  '우리말에 깃든 생물이야기'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이다. 생물수필가 권오길이 썼다. 목차를 살펴보니 우리말에 담긴 생물의 특성과 우리말의 어원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우리말의 맛깔스러움과 생물에 대한 지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편씩 읽고,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좋겠다.

 

 

 

 

 

 

 

5. 온더 무브/ 올리버 색스/ 알마 / 2016-01

 

   나는 올리버 색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 지난 해 8월 그의 타계 소식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전하던 사람들을 보고서야 그의 명성을 알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가 타계 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투명한 지성을 가진 따뜻한 휴머니스트' 라는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의사이며 작가인 그의 글을 읽기 전에 그의 삶을 먼저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온더 무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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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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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철학이란 이런 것

《야전과 영원》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일본의 니체'라고 불린다 한다. 니체는 시대의 주류 사상을 뒤엎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낸 망치 철학자이다. 그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열에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사상을 전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니체의 잠언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역시 철학적 소양이 충분하지 않은 내가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라캉의 사상에서 출발하여, 그와 대립점에 있던 푸코, 그들 사이에 위치했던 르장드르를 고루 다룬다. 그는 서문에서 '미셀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 이 세사람의 텍스트를 나름대로 철저하게 읽고 정성스레 재단해 세로실 가로실을 풀어 묵묵히 다시 짜는 작업'을 했다고 발혔다.(16쪽) 책을 직접 읽어보면 이 말의 뜻을 잘 알게 된다. 사사키 아타루는 푸코, 라캉, 르장드르 각각에 대해 치열하게 읽고 해석했다.

 

    단순히 과거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열심히 공부해서 풀어내는데 그쳤다면 저자는 '일본의 니체'라는 평을 듣지 못했을거다. 그는 세 철학자의 사상을 하나씩 풀어내어 촘촘히 다시 엮어냈다. 서로 달라보이는 사상들을 이리저리 자신만의 방법으로 교차시켰다. 읽는 내내 그의 내공과 사유의 힘을 발견하며 놀라워해야 했다. 그는 푸코, 라캉, 르장드르를 넘나드며 막힘없이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다. 능수능란하다. 다른 이들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듯 거침없이 서술 한다. 사실 푸코도, 라캉도, 르장드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는 많이 버거운 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개운치 않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진실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또한 어떤 하나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여러 사상을 넘나드는 사사키 아타루의 철학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경험을 한다해도 나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해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일반인이 읽기에 쉽지는 않지만, 여러 번 읽고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라캉, 푸코, 르장드르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더불어 세 철학자를 넘나들며 '나만의 철학'을 엮어내는 또 다른 철학자의 열정과 사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겹게 읽어나가며 철학자들의 사유를 따라가면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도 든다. 전문가가 이 책에 대해 쓴 리뷰가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저자를 유명하게 해준 《잘라라,기도하는 그손을》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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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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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대화

《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이름만 보고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갖고 책을 펼쳤다. 그는 탈근대 사상가인데, '현대 유럽 사상의 최고봉'이라 불린다. 나는 얼마 전 지그문트 바우만의 대담집 《사회학의 쓸모》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보태려하는 노학자의 삶이 아름다웠다.《도덕적 불감증》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유랑하는 학자'인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와 나눈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서문에서 돈스키스는 이 책이 '파편화,원자화, 그리고 그에 따른 감수성의 상실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서 귀속감의 재발견 가능성에 대한 대화'(27쪽)라고 밝힌다. 바우만은 우리의 삶이 점점 개인화되면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소비자의 활동이 시민의 기본 의무로 되어버리는 문제를 지적한다.

 

   책에서는 1장 '우리의 모습을 닮은 평범한 악에 관하여', 2장 '정치의 위기, 감수성의 언어를 찾아서', 3장 '감수성의 상실, 공포와 무관심 사이에서', 4장 '소비하는 대학, 새로운 무의미와 기준의 상실', 5장 '서구몰락을 다시 생각하며' 으로 이들의 대화를 묶어냈다. 돈스키스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과 '사생활을 식민지화하려는 욕망'을 새로운 악의 두 가지 형태라고 지적한다. (19쪽)무척 공감가는 대목이다. 뚜렷한 하나의 거대한 악이 존재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방패삼아 타인에게 갖은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훔쳐내고 공유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통제한다. 소비자로 전락한 유권자는 정치를 바꿔내지 못한다. 우리는 점점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오늘날 '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본 두 학자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우리의 삶의 어둡고 우울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니 답답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두 학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돈스키스는 미셀 우엘벡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관계의 역사는 언제나 주기적이다.'라고 말한다. 생겨나고 발전하고 시들어 죽는다는 거다. 하지만 돈스키스는 '인간관계의 생명주기와 그것의 종말을 극복하는 것은 사랑과 우정의 본질 자체'라고 강조한다.(352쪽) 결국,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에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 무의식중에 소비 생활에 물들어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깨어 있는 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삶.

 

   짧게 주고받는 대화 형식의 글을 기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서면 대화를 주고 받은 듯, 한 사람의 이야기가 꽤나 길다.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바우만인지라 이번 책도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학자들 간의 대화라서일까. 번역탓일까.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 형식의 글인데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 않다. 각자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자네는~" 하는 어색한 호칭이 몇 번 등장할 뿐이다. 역자의 후기를 통해 길잡이를 얻어볼까 했으나 웬일인지 역자후기도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다만, 유동적 근대사회의 문제점을 도덕적 감수성 상실로 봤다는 점에 크게 공감이 갔고, 두 학자가 대화 중에 인용한 다양한 문학 작품과 학자들의 연구물에 대한 소개는 유용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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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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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 많은 사회학 - 한국 사회를 지배한 모멸감을 꺼내 보이다.

 

   김찬호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사회학자이다. 30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탐구한 [문화의 발견],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돈의 인문학]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모멸감]은 ‘굴욕과 감정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다. 책은 우리의 삶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위험한 감정인 모멸감에 대해 다룬다. 과거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이기에 공감하며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된다. 저자의 눈을 통해 사회를 넓게 바라보면 모멸을 주는 우리가 보이고, 모멸감으로 고통 받는 우리가 보인다.

 

   최근 보복 살인, 보복 운전,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고객의 갑질 행태 등 흉흉한 사건이 자주 보도된다.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크게 분노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동기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의 이면에 모멸감이 존재한다고 본다. 모멸감은 타인에게서 모욕이나 경멸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모멸은 인간이 목숨 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을 크게 훼손시킨다. 자존감을 훼손당한 사람은 ‘자신 또는 남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저자는 한국이 모멸감을 쉽게 주는 사회라고 말한다. 철저한 서열의식과 귀천 관념,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는 심보가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로 아무렇지 않게 모멸을 주고받는 사회 안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오늘은 내가 갑이지만 내일은 을이 되어 누군가에게서 모멸을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일자리 창출, 불평등한 분배의 개선, 부동산 가격 안정 등 구조적 차원의 접근이다. 둘째는 특정한 기준으로 인간의 귀천을 나누는 문화를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도록 바꾸는 문화적인 차원의 접근이다. 마지막은 모멸감을 당하지 않도록 개인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 즉 내면적인 힘을 키우는 일이다.

 

   [모멸감]을 읽으면서 문득 이것이 사회학의 쓸모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사회학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를 통해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준다. 개인의 삶과 사회․문화 구조가 맞닿은 지점을 조망하게 해준다. 사회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회의 이면이 또렷이 드러난다. 나와 너를 가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나 보다 못하다 싶으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내가 받은 모멸감을 더 약한 사람에게 분노로 퍼붓는 사람들. [모멸감]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을 지배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모멸의 매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인용된 연구물, 영화, 문학 작품, 다양한 통계 자료는 나 또한 모멸 매커니즘의 일부일 수 있음을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모멸감을 주는 사회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모멸감을 쉽게 느끼는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세 가지 차원의 대안이 그리 새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쳐 아쉽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감정의 실체를 분석하고, 모멸의 매커니즘을 지적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크다.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책에 담긴 사유는 넓고 깊지만 읽어나가기 어렵지 않다. 인용한 문구나 사례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이라 낯설지 않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도 쉽게 읽힌다. 사회학의 쓸모가 궁금하다면, 모멸감이란 낱말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면, 한국인을 지배한 분노와 불안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읽어보자. 당연시 했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나는 그 동안 누군가에게 모멸을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회학의 쓸모를 깨닫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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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를 읽는다 / 박찬국/ 아카넷/ 2015-12

 

  책모임에서 니체의 대표작을 함께 읽었다. 다양한 번역본을 접했는데 박찬국의 번역이 가장 친절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철학 초보자들이 겁없이 도전한 니체 읽기는 쉽지 않았다. 문장 너머의 깊은 사유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니체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내삶의 주인이 되라는, 내가 당연하다 믿는 것들을 의심해보라는 니체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내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문제들을 제대로 살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나만의 삶을 창조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박찬국 교수가 <니체를 읽는다>를 새로 냈다. 목차를 살펴보니 니체의 핵심 사상을 정리하고, 니체와 대적했던 사람들과 니체를 해석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실었다. 니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나처럼 니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같다. 아카넷에서 나온 박찬국  번역의 <비극의 탄생>을 즐겁게 읽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아카넷, 박찬국, 니체. 믿고 읽어도 되지 싶다.

 

2. 제국의 역습 진격의 일본/ 조용택/북클라우드/2015-12

 

  한국과 일본의 문제는 감정적인 접근으로 해결될 수 없다. 두 나라의 관계를 면밀히 살피고,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들이 어디를 보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 책은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한일 관계를 두루 살피고,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한국이 일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쓰였다. 과거를 아파하고 분노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리하게 일본과 상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인 것 같다. 추천사 중에 '한국의 역사에서 고려시대는 평균 1.09년에 한 번, 조선시대는 1.44년에 한번 꼴로 침략을 당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3. 교실을 위한 프레이리 / 아이러 쇼어/ 살림터/ 2015-12

 

   '배움이란 혼자 떠드는 교사로부터 수동적인 학생에게로 기술이나 정보가 옮겨 가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말하는 교과서를 넘어, 그저 시험지를 돌리고 수업 계획서대로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지식 기능공을 넘어, 크나큰 희망을 품고 성장해가야 한다. 가르침은 교사와 학생 모두로 하여금 우리를 옥죄는 사회적 제약을 통찰하게 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눈뜨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책 소개글을 읽고서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나.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교사가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되는 건 당연하다. 교사는 성장, 성찰의 길에 학생과 손잡고 나아가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4.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일리치 외/ 사월의 책/2015-12

 

  '전문가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지배한다. 육아, 심리, 교육, 인간관계, 심지어는 삶의 지향까지 그들에 의해 결정된다. 전문가에 의해 시민은 '고객'으로, 국가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우리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공동의 정치 역시 실종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사회의 허구를 꿰뚫어 봄으로써 가능성의 존재인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지인들과 집 안에 의사 한 명, 변호사 한 명쯤 있어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 한다. 일반인들은 의학이나 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만 아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것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누린다. 이 책은 전문가 사회의 허와 실을 낱낱이 들춰낸다. 이반일리치 전집 중 한 권이라 반갑다. 읽고 싶다.

 

 

 

5.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헤이북스/ 2015-12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 불평등보다 소득 불평등 탓이 크고, 그 원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 불평등과 대기업, 중소기업 사이의 불균형이다.'라는 문구에 눈이 간다. 얼마 전에 한 방송에서 장하성 교수를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난다. 세세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한국 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의 말이 꽤나 명쾌하게 와 닿았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목차를 살펴보니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원인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대안을 '정의로운 분배'로 제시하고, 그 희망을 청년 세대에게서 찾는다. 답답하기만한 현실에 속만 끓일게 아니라 문제를 알아보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 우리 사회는 뭐가 문제인가, 우리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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