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이 가장 맑은 마음으로 가장 투명하게 쓴 글. 시가 아니라 글이라고 말하고 싶고 글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몸이 언어를 다 견디지 못하게 될 때 어쩔 수 없이 짧게 쓰게 되는 것. 그게 슬프고 예뻤다.
땅에 닿지 않고도 충분히 중력을 견뎌야 했고, 땅에 닿을 수 없음에도 무궁무진한 사랑과 삶을 건넜다. 삶과 소설은 나무 사이를 뛰듯 그러한 활기찬 횡단의 연속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 안에 빛나는 식물성에 꽤 오래 매혹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