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며,


가시 많은 생선의 가시를 발라주던 아버지.


오늘 아버지가 생선가시에 목이 걸려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왜 가시 안 바르고 먹냐고 타박하니


가시가 보이지 않아서 바를 수가 없다고 하신다.


울컥했다.


당장 식탁 위의 모든 생선가시를 발라내고,


아버지와 어머니 밥 위에 올려드리고 보니


먹은 것이 별로 없건만


어찌나 배가 부른지


정말이지 행복했다.






2016년은 정말 힘들었고, 행복했던 한 해였다.


이런 시대에 나는 운이 좋아, 취직을 했고 그것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잠시나마, 여러 관계 속에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잊고)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누리며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목디스크가 생겼고


아버지의 허리디스크는 심해졌다.


어머니는 이 모든 아픔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2016년 최고의 한 순간이, 나의 취직이었음을 수십번도 더 기쁘게 말씀하셨다.



이제


부모님에게 남은 것은 집 한 채.


언젠가는 관리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사가야만 하는 멋진 보금자리.


내가 사 드리는 주말 세 식구의 한 끼 외식에 고마워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아버지 몰래 드리는 용돈에 기뻐하는 어머니를 보며,


내게 남은 보람찬 삶의 방향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다.




우리 식구 모두, 함께 사는 이 자그마한 삶을 지켜갈 수 있길.


내가 그런 삶을 부디 지켜나갈 수 있길.


월급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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