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바둑실력이 화제가 되면서 A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인간 대 기계'구도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AI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결국 인공지능이 업무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데 있다. 고도로 발달한 AI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하는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여 실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이다.

  금융산업에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다룬다.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한다. 이러한 작업은, 인공지능이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사람이 데이터 분석을 위해 통계패키지 이용법을 배우듯 기계 역시 패키지 이용법을 학습하지만 그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는 없다. 계산력의 측면에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초창기 컴퓨터 개발 이후 지속되어왔다. 그 결과, 이미 많은 산업의 고용창출력은 줄어들었고 자동화된 직무가 많아졌다.

  최근 관심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는 '판단력'과 '창의력'까지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전략적 사고와 결정은 기존의 계산기로서 컴퓨터의 기능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AI는 과연 '직관'과 '창의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4국을 보면 아직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바둑을 잘 모르지만, 4국의 초반전개는 2국과 똑같았다. 이세돌 9단이 계속해서 2국과 똑같이 두었다면 알파고 역시 2국처럼 응수했을까? 알 수 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알파고의 창의력은 기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최적의 수'가 상대방의 동일한 전략에 동일한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새로운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알파고 대 알파고'의 대국은 먼저 두거나 나중에 두는 쪽이 이기는 일방적인 게임이 될 것이다.

  컴퓨터는 동일한 조건이라면 동일한 결과를 낳도록 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에 근거하여 만들어져 있다. 오늘날의 최첨단 과학은 그 이상을 목표로 인공지능을 개발중이고, 그러한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세돌과의 대국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아 이세돌이 5:0으로 졌다고 해도 AI의 독창성에 대한 나의 의구심에는 변함이 없다. 판후이와의 비공식전 3:2승리의 경우 알파고의 패배원인이 '부족한 시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판단하에 제한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걸 보면, '시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기계가 인간의 직관과 판단을 뛰어넘는 것은 아직 무리가 아닌가 싶다. 알파고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 역시 압도적인 계산력 이상의 놀라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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