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 감정
성해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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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 감정>은 성해나, 이기호, 김현, 현호정, 임선우, 김화진 이 여섯 명의 작가가 서울과 지방의 경계를 오가며 겪은 거주, 이동, 결핍, 관계의 변화를 다룬 산문과 각 글의 말미에 수록된 작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성해나 작가의 〈탑승 시 손을 흔드시오〉에서는 손을 흔들어야 버스가 멈추는 지방 소도시의 정류장과 항상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며 쉽게 탈 수 있는 서울의 버스를 대비하며 며칠 전 있었던 이틀간의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쩌면 서울 시민들은 ‘파업’ 자체보다는 교통의 공백에서 오는 ‘불편’에 분노했던 건 아닐까. 기다리지 않고 끊기지 않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감각. 지방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 감각이 그들에게는 당연할 수 있으니. 체념과 포기에 익숙하지 않으니.”(p.19)

이기호 작가는 〈두 번째 만남〉을 통해 30대 초반의 가난한 보금자리였던 구기동을 회고한다.

“ “그래야 다시 서울로 입성한대요.”
그러더니 내게 얼른 전세에서 자가로 갈아타고, 다시 서울로 나가라고 훈수를 늘어놓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자꾸 갈아탈 마음이 없었다.“(p.49)

김현 작가의 〈장면들〉에서는 그저 지역, 공간만이 아닌, 그 자리를 함께 해주는 사람들과 나누는 ‘드나듦’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집에서 먹고 자기만 하지 않는다. 집은 그저 들고 나는 건축물이 아니다. 서울에서 대부분 돈 맞춰 ‘방’을 옮겨 다녀야 했던 내게 ‘집’을 제공해준 것은 그 방에 드나들던 연인, 친구, 동료 들이었다.(...) 돌봄이란 서로 드나들며 살피는 것. 곁을 내어주는 일은 어쩌면 곁이 될 공간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드나듦이 나이듦이며 나이듦이 돌봄이다.”(p.73)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현호정 작가의 〈새소리〉였다. 건방지게도 나는 우리 친정 식구들 중 유일하게 서울에서 태어난 뼛속까지 서울촌놈으로 이 글들이 내가 봐왔고 살아왔던 이 서울에 대한 정확한 문장들이라 느꼈다.

“외로움과 자유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인지 나는 서울에서 배웠다. 무시와 존중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기만과 진심이, 포기와 노력이, 평온과 슬픔이 어울려 이루는 화음을 알았다. 몽롱한 밤이면 그것들은 하나로 땋여 하나의 소리가 됐다. 빈말로라도 천국의 소리라 부르기 어려운, 가난하고 고달픈 어느 골목의 지저귐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머나먼 타향 골방에서의 새우잠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자는 나비잠보다 곤한 건 이 자장가 덕분이리라 생각했다.”(p.92)

임선우의 〈너도 어서!〉는 도태되지 않으려 서울로 진입하려는 도시인의 행렬에 대해 응시한다.

“서울이 사람들을 채근하며 트랙으로 떠미는 것은 비극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사람들에게 그곳은 분명 에너지를 준다. 그로 인해 나는 서울을 동경하고, 비난하고, 그러면서도 어쩔수 없이 계속해서 사랑하며 그 시절을 보냈다.”(p.116)

김화진 작가의 〈둘로 나뉘어 있다는 감각〉을 읽으면서는 서울에 살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감각에 대한 관찰이 돋보였다.
“내가 불안에 떨며 보일러에 다가가자 돌연 그것을 덮고 있던 덮개가 떨어지더니 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나는 낯선 보일러 앞에 서서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으며 이게 무슨 일이지 망연자실했고 발목까지 물이 차오를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무척 심란했는데, 동시에 속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던 게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그 일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거야’와 같은 상태를 훨씬 두려워하고, 막상 일이 벌어지면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서울에 한 번 더 자리를 잡은 그날 나는 나에 대한 것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다. 차갑게 젖은 몸을 하고서.”(p.144)

수많은 외국인들이 관광도시로 떠오른 서울로 여행하러 오는 이 시점에 <서울 밖 감정>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정작 서울에 살지만 그들이 SNS에 남기는 화려한 서울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고 아래 위에서 들리는 층간소음과 창밖의 시끄러운 차 소리에 인상을 쓴 다음, 쓰레기를 묶어 버리러 나간다. 아파트 단지 구석에 쌓인 산더미같은 쓰레기장을 들러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들이 몇 개 떠오르더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나쁜 생각이었다는 듯 내 머리 속에서 깨끗하게 지운 뒤 엘베를 기다린다.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촌년이든 서울살이란 다 엇비슷하다고 느낀다.

도시의 “기만과 진심이, 포기와 노력이, 평온과 슬픔이 어울려 이루는 화음”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서울밖감정#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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