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사회 -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상사회>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은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정지우 저자의 신간이다. 현재 사단법인 '오늘은'의 이사장으로서 청년 세대의 실존적 문제를 문화예술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시대를 기록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진단과 해법이라는 2부로 전개된다. 1부 ‘호모 판타즈마의 출현’에서는 손안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쏟아지는 이상ideal 이미지를 끝없이 쌓아 올리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신인류를 ‘호모 판타즈마’라고 부르고, AI 알고리즘과 SNS가 부추기는 완벽주의와 번아웃, 나아가 해소되지 않는 '항시적-초조함'에 대해 서술한다. 또,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구경하며 품평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런 우리 시대의 구경꾼을 ‘상시적 추임새꾼’이라 부르고 있다.

“결국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라고 할 수 없는, 이미지와의 관계에 머물게 된다. 당신은 시뮬레이션 게임속에서처럼 총으로 쏘아죽여도 되는 당신(...)은 허깨비이며 이미지이고 유령에 불과하다.”(p.107)

개인적으로는 이미지에 대한 저자의 글이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그림을 연상하게 했다. 실내 창가 앞에 이젤이 놓여 있는 이 그림에는, 캔버스 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풍경가 그려져 있다. 캔버스는 창밖의 실제 풍경을 가리고 있지만, 관객은 마치 캔버스의 그림이 뒤의 풍경을 비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우리가 '진짜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이나 프레임(예술, 언어, 기억 등)을 통해 재구성된 이미지에 불과함을 나타낸 그림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도시 한복판이라는 큰 그림 안에 누군가가 걷고 있고, 그 그림안에 누군가의 셀피를 찍는 모습이, 또 그 안에는 게시물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정작 우리는 사람의 진짜 눈을 보지 못하고 SNS에 떠있는 재구성된 이미지만을 볼 수 있다는 표지다. 핑크라는 색은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런 환상사회임을 강렬하게 어필한다.

계속해서 저자는 타인의 나락을 소비하는 유령이 된 우리가 결국 빅테크라는 영주와 크리에이터라는 소작농, 그리고 우리의 클릭이 다시 빅테크회사에 정보로 제공당하는 농노와 다를바 없는 구경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대목과 타인보다 AI와의 관계가 더 정서적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시대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유령의 관계라면, AI와 맺는 관계는 오히려 유사 인간관계에 가깝다.”(p.109)

“그리하여 호모 판타즈마에게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의 타인은 없다. 모든 타인들은 이미지로 대체되었으며, 그들과 맺는 관계는 이미지와의 관계일 뿐이고, 마지막 이미지가 아닌 곳에는 AI와 내가 남아있다.”(p.110)

“그래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료한 대답(p.123)으로 저자는 15가지 방법을 2부에서 제시한다. 결핍을 메우려 발버둥 치기보다 인생의 구멍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나-되기'의 모순에서 벗어나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일구는 '세계-만들기'를 촉구한다. 나아가 흔들리지 않는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구축하고 파편화된 유령 대신 진짜 타인을 내 세계로 초대하는 법을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는 환상 한가운데서 기꺼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연대의 회복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좋아요'와 ‘팔로우’, ‘팔로우 취소’로 자신의 취향을 빅테크회사의 알고리즘에 가져다 바치며 살아가는 디지털 디스토피아의 한가운데에 우리는 표류하고 있다. 출구조차 없는 환상사회에서 우리는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 책을 통해 환상의 매커니즘을 간파하고 15가지의 생존원칙을 지켜나갈 때, 고유한 자기-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완벽해 보이는 피드를 넘겨보며 이유 모를 패배감과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만 도파민 중독과 번아웃이라는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권한다.

#환상사회#정지우#하니포터#하니포터13기#한겨레출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