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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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2010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후, 그 이듬 해 겨울, 두 번째 장편 소설 <끝나지 않는 노래>를 써냈다. 민들레 홀씨를 붙잡고 날아가는 세 명의 여성이 인상적이었던 첫 책의 표지는 15년이 지난 올해, 검은 바탕에 커다란 흰 꽃잎 몇 장이 포개어져 있는, 난초로 보이는 꽃의 정면이 담긴 사진으로 바뀌어 재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약 100년에 걸쳐 두자와 그녀의 딸, 봉선과 수선, 그들의 아이, 은하가 살아 낸 시간을 그린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이 감내해야 했을 무던한 고통이 응축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만 서술되기에는 뭔가 너무 많이 모자라다. 이 소설은 구성부터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친구의 아버지와 친구를 잃은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비해 유서를 썼고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쓰여있다. 총 3부 중 1부, ‘아주 오래전 시작된’에서는 두자(‘나’에게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2000년대의 어느 날로 보이는 12월 19일 a.m. 2:17, ‘나’에게 지금 벌어지는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2분 후, ‘나’가 살고 있는,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복도 끝 문 앞에는 칼부림을 하고 있는 남자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가 2:29분까지 전개된다. 2부 ‘너와 내가 한 소절씩 나눠 부르던’에서는 수선과 봉선, 쌍둥이 자매의 서사가 이어지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나’는 2:32분부터 2:47까지 같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한 여자, 지혜의 이름을 알게 되고, 그녀와 함께 이 불속에서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3부 ‘끝나지 않을 이 노래’는 은하와 동하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2:48분부터 2:55분까지의 ‘나’의 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수선과 두자의 못다한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의 이야기에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응축되어 있었으나 ‘나’에게 일어난 사건은 고작 37분에 불과한 이 구성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이 되는 소설이었다.

3대에 걸친 이 여성 인물들은 개개인으로는 다른 사람이지만 비극적인 운명은 닮아있다. 이 인물들의 기나긴 과거가 한많은 운명 공동체를 설명하는 부분이라면 이 짧은 37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비극이 쉽다고 느껴졌다. 철쭉, 수수꽃다리, 봉선, 수선이라는 이 소설에 묘사된 꽃들처럼 이 인물들의 운명은 쉽게 밟히고 쉽게 졌다. 이 꽃들의 노래는 슬픈 얼굴을 하고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두자에게 이름이 두 자였다는 것만 기억난다는 새엄마와 분녀언니처럼, 봉선에게 수선처럼, 수선에게 혜순처럼, 은하에게 지혜처럼 서로가 서로를 포갠 꽃잎을 가진 표지의 흰색 난초처럼 계속해서 봄이 되면 꽃이 필 것이다.

‘초판 작가의 말’과 15년이 흐른 뒤, ‘새로 쓴 작가의 말’을 읽다가 ‘행복’에 대한 키워드에 꽂힌다.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대신 행복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던 ‘초판 작가의 말’속 저자는 “사는 데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라는 엄마의 말을 씨앗처럼 간직한다. 이 씨앗이 피어낼 꽃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이 ‘나약한 희망’(p.351)의 얼굴을 하고 흐드러지게 피어나길.

#끝나지않는노래#최진영#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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