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역사학자로 오늘날 조직 경영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인문학 콘텐츠가 담긴 저서를 써왔다. 개인적으로는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와 <공자가 AI시대를 산다면>을 읽어봤던터라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 책에서는 고구려, 신라와 고려, 조선 까지의 대표적인 40편의 군신 관계를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를 왕과 책사의 관계를 통해 되짚어본다. 흔히 역사는 위대한 군주 한 사람의 독무대로 기억되기 쉽지만, 저자는 왕의 곁에서 길을 밝혀준 책사의 역할에 주목한다. 충언을 받아들인 왕과 외면한 왕, 책사를 성장시킨 왕과 소모품으로 다룬 왕의 차이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갈랐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균형이 조직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이 책은 시대별 군신 관계를 3장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을파소를 파격 등용한 고국천왕, 김유신과 손잡은 무열왕 등 결핍을 채워 시대를 바꾼 고구려와 신라의 인재들을 다룬다. 2장에서는 굳건한 신뢰로 거란을 물리친 현종과 강감찬의 동행부터 소통 단절로 파국을 맞은 의종과 문극겸의 비극 등 고려의 역사를 살핀다. 3장에서는 재상 정치를 꿈꾸다 왕권에 쓰러진 정도전, 사심 없는 직언을 수용한 세종, 영조와 그의 유일한 벗 박문수 등 조선 왕조 500년 동안 펼쳐진 빛과 그늘의 이중주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세조(수양대군)와 한명회의 관계를 떠올렸다. 책사 한명회는 단종(이홍위)의 영월 유배를 계획하고 촌장 엄흥도와 마을 사람을 이용하여 감시와 압박을 가한다. 또한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금성대군의 움직임을 명분삼아 단종을 제거하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이 책 <왕과 책사>에서는 거대 권력을 가진 한명회를 견제하는 세조와 성종 앞에서 취하는 한명회의 모습을 대조한다. “한명회의 이 두 가지 장면은 높은 지위에 오른 성공한 참모일수록 처신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책사가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주군이 그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한명회처럼 은밀한 업무를 다루고 주군의 약점과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참모는 언제든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기 편일 때는 든든하지만 돌아서면 그만큼 무서운 적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pp.183-184)세조 때 납작 엎드려 화를 피한 한명회는 이후 성종 때 압구정에서 무너지고 만다. 왕과 책사라는 관계에서 서로 간의 신뢰를 잃는 순간 벌어지는 참사다. 권력 앞에서 서로를 신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왕의 신뢰가 책사의 잠재력을 어떻게 폭발시키는가에 대한 서사를 보여주는 고국천왕와 을파소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고국천왕이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천한 출신의 을파소를 끝까지 보호해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일론 머스크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둔감한 사람이었으나 최근 "능력보다 인성과 선한 마음을 보지 못했던 것이 내 가장 큰 실수였다"라고 발언한 것이 회자되고 있다. 왕과 책사 둘 다 기본적인 인성을 갖춰야 신뢰감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조직내에서 리더와 참모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조직 내에서 소통과 불통의 기로에 서 있는 리더에게 더욱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바른 방향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이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은 리더에게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왕과책사#믹스커피#김준태#한국사#관계의힘#리더와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