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아침을 - Breakfast On The Moon 스토리잉크
이수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2025), <커다란 집> 그림작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이수연 작가의 <달에서 아침을>은 2020년 첫 출간되었을 때는 흰색 표지였다. 주인공 토끼와 곰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을 오마주했다. 올해 나온 개정판은 파란 표지로 바뀌었다. 토끼는 달을 향해 춤을 추며, 곰은 망원경으로 달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둘 다 녹색 체크무늬의 교복을 입은 토끼와 곰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이야기에 더 밀착되어 그려진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함께하는 친구들이 곧 내 자신의 분신일만큼 또래집단의 힘이 강력해지는 시기이지만 예외는 있다. 곰의 집 앞으로 이사온 토끼가 그렇다. 곰은 등교를 토끼와 함께 한다. 토끼가 좋아하는 영화나 올드팝을 함께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학교 앞에서 비둘기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노랗고 말이 없어 학교에서 은따인 토끼는 먼저 교실로 들어간다. 그렇게 도착한 토끼의 책상에는 쓰레기가 쌓여있다. 점심시간에는 홀로 먹거나 아니면 옥상이나 쓰레기장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무겁고 시린 낮의 학교 생활과 토끼가 좋아하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사교계의 요란스런 밤의 풍경이 교차하며 그려진다.

그림책이라는 장르이기에 동물들마다 색을 가지고 있음을 독자들이 눈치챌 수 있다. 화자는 갈색 곰이다. 토끼의 뒷담화를 하며 은근히 따돌리는 친구들은 무채색 패딩을 챙겨 입는 검은색, 회색 비둘기들이란 점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 ‘가식쟁이 앵무새’, ‘항상 불안해 보이는 미어캣들’, ‘이런 일에 관심없는 여우’(p.18), ‘항상 자기 기분이 가장 중요한 명랑한 개들’, ‘늘 잠만 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캥거루’(p.19)들은 일반적인, 교실에 있음직한 학생들의 모습을 풍자한다.

하지만 노란 토끼만큼은 평범하지 않다. 작가는 그렇게 토끼의 개성을 달을 닮은 노란색으로 부여해주었지만 바로 그 점이 무채색의 비둘기들에게 공격받는 지점이 된다. 곰은 학교 밖에서는 누구보다 다정한 친구이지만, 교실 안에서 자신이 타겟 되지 않기 위해 방관을 선택한다. 하지만 동네에 길고양이가 나타나고 그 고양이를 괴롭히는 어둠 속 그림자에 의해 상처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곰의 내면에서는 침묵이라는 방관이 지닌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깨닫기 시작한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색의 대비이다. 부모님 모두 일하러 가 홀로 남겨진 토끼의 집과 아이들을 피해 올라간 계단, 옥상 바닥, 쓰레기장의 콘크리트 벽은 무채색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와 음악을 통해 위안받는 장면은 마치 따뜻한 노란 달빛을 조명삼아 그려진 그림들처럼 보인다. 노란 빛의 달이란 마법은 이 책에서도 효과적이다. 초반에 학교 가기 전, 거울을 들여다보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곰은, 말미에서 다시 한번 등교전 거울을 보며 자신의 갈색에 대해 꽤 마음에 들어한다. 나는 이 책의 표지가 파란색으로 바뀌었을까가 궁금했는데 나름의 힌트를 곰의 머플러에서 찾았다. 자신의 푸른색 머플러를 풀어 토끼의 목에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친구 관계의 미묘한 갈등중이거나 사춘기 시절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초등 고학년 및 청소년들뿐 아니라 자신만의 노란 토끼 친구가 떠오르는 어른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달에서아침을#이수연#웅진주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