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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정회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평점 :
단상 하나, 경로 우대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분들이나 등산가방을 메고 어깨를 치며 지나가는 무임승차 우대를 받는 노인분들을 보며 미어터지는 출근시간의 다른 세대들은 어떤 마음일까? 더욱이 개인의 안전 거리가 허용되지 않으며 의도하지 않게 타인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어느 덧 혐오 배양실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 전장연의 요구까지는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하철 출퇴근조차 제로섬게임이 되어버렸다.
단상 둘, 오늘 교회에서 목사님은,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시고 자신이 어버이인 분들이 대부분이라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주일에 효에 대한 말씀을 전하는게 맞는지 고민이라 하신다. 설교 말미에는 자식들 힘들게 하지 말라고, 지나친 간섭으로 부부 관계에 금이 가는 행동은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신박하다고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셨다. 일요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교회를 다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진 X세대의 나에게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모습이다. 인구소멸이라는 문제도 있겠지만 종교 중 특히 기독교의 경우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젊은 층의 진보와 많이 부딪쳤고 그 결과값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다 종교 마저 나이로 바벨탑을 쌓게 된 걸까.
저자의 전작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차별의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에서 인종, 국적, 성별, 장애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별과 혐오 문제를 꾸준히 다뤄 온 정회옥 교수는 이번 책 <나이 묻는 사회>에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서열 문화, ‘나이’로 화두를 넓혔다.
이 책에는 틀딱충, 연금충, 할매미, 개저씨, 김여사, 영포티, 급식충, 잼민이 등 갖가지 멸칭이 등장한다. 서구권에서는 실례라는, 나이를 묻는 질문은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는 필수적이다.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한국식 인사는 유교의 전통문화인 장유유서에서 비롯된 문화인데 그 탄생지인 중국에서조차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아 국뽕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미덕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닌 일방적인 제재로 변하며 나이, 또는 세대에 갇힌 혐오의 감옥에 갇혀버렸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노인층에 대해 더욱 심하다는 이 멸칭들은 각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단점을 극대화해 프레임 속에 가두고 있어 안타깝다.
나이로 관계를 정립하는 우리의 문화는 수평적이지 않은,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변질시킨다. 한 사람을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이라는 정체성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 차별은 이 책의 3장,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혐오는 4장, 연령차별의 단상들로 나타난다.
“나이에 따른 혐오와 차별은 단순한 구분을 넘어, 갈래갈래로 세분화되어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나이 차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온라인에서 장난처럼 소비되던 나이 멸칭은 이제 현실로 흘러나와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서 있다.”(p.296)
저자는 <나이 묻는 사회>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나이에 대한 제한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결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지나치게 나이에 얽매여 있는데 이렇게 나이를 묻는 사회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인식하고 제도적 맥락마다 맞는 나이 기준에 대한 논의의 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p.242)
‘나이는 누구나 먹는 것’이라는 평등의 논리에 가려져 그 위험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되어가는 ‘연령차별주의’이다. 저자는 “한국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꼽히는 것도 이런 나이에 대한 차별이 한 측면을 담당하고 있다.”(p.321)고 본다. 어린이는 미성숙하고 노인은 퇴화의 시기로 보기만하면 그 사회는 이미 인간다움의 근본을 잃어버린다. 그저 밥 몇끼를 더 먹었기에 서열이 높은 사람이 아닌, 나이가 아닌 다른 인간다운 가치를 찾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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