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국어상담실 이현영 연구원의 기록이다. 저자는 맞춤법에 대해 “나는 맞춤법 실수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람이 노래를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듯이 누군가는 맞춤법에 강하고 누군가는 약한 것이다. 그런데 맞춤법 앞에서는 이상하리 만큼 많은 사람이 긴장한다. 표기 하나 틀리는 것이 곧바로 교양의 결함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전한다. 저자는 맞춤법을 고쳐주는 사람임에도 예민하지 않다는 점이 새삼 신기했다. 직업병으로 더 매의 눈으로 바라봐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다.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나는 맞춤법에 엄청 신경쓴다. 아무리 겉으로 멀쩡하게 하고 다니더라도 톡을 받았을 때 빠르게 치느라 생기는 오타에는 그러려니 하지만 “빨리 낳으세요”라고 쓰는 사람들이 전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던 것 같다.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으나···’에서 저자는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라는 표현이 맞냐는 질문을 받는다. “혼잣말로 추측하는 맥락이라면 ‘그 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실까?’처럼 표현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p.108)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할 시간 되실까요”라고 직접 쓰는 표현이기도 해서 이 문장이 틀린 걸까, 궁금했다. “사전적 규범과 현실 언어의 간극은 상담 현장에서 늘 반복되는 문제다.”(p.109) 이런 이유로 저자는 질문자의 물음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업 계통에서는 ‘-요?’로 끝나는 높임 표현을 부드럽고 친근하게 여기며 널리 쓰는 추세다.(...)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이런 쓰임이 확장하고 있다고 긍정하는 연구도 있었다.”(p.110) 이런 흐름에 따라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라는 표현을 ‘틀렸다’라고 하지 않기로 결정되었으며, 따라서 이제 이 질문을 받으면 “사전에는 아직 올라 있지 않으나,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p.110)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또 저자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 교열 중, 생물 단원에서 ‘아밀레이스’라는 닟설면서도 익숙한 단어 에피소드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처럼 나 역시 ‘아밀라아제’로 배웠던 침 속 효소명이다. 요새 아이들은 ‘아밀레이스’로 배운다고 한다. 알고보니 “원래 쓰던 ‘아밀라아제’는 독일어식 표현인데, 일본 교과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용어였다. 일제강점기의 잔재였던 것이다.”(p.50) 고치지 않을 수 없는 용어인 셈이다. 이에 대해 “말은 늘 변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늘 한발 늦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늦됨 속에서 성장하고, 갱신한다. 언어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태어나고, 고쳐지고, 조용히 사라진다.”(p.51)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밀레이스’로 배운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더 많이 바뀌어있을지도 모른다. 요새 세상은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빠르니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미래의 그 아이들도 그대로 느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사소한 기술’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된 크고 작은 고민들을 저자에게 물어본다고 밝힌다. 나 역시 외국어를 전공한 터라 번역체를 문장으로 쓸 때가 있어 고민이었다.
“무엇이 무엇을 꾸미는지, 즉 수식관계를 명확하게‘하여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pp.188-189)
“명사 나열형 문장보다 서술어로 표현된 문장’이 더 이해하기 쉽다는 것(p.190)
10여 년간 상담을 하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내용이나 자주 질문하는 부분들을 유형화할 수 있었던 저자의 이 두 가지 노하우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국어가 이렇게 살아있는 언어로 느껴진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며 이 책을 읽었다. 그냥 단순히 맞춤법, 띄어쓰기가 궁금한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학생, 교사, 언론, 출판 관련 종사자들, 인간관계에서 호칭을 고민하는 사람, 신조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는 언어였기에 생동감있게 다가왔구나 싶다.
뭔가 국립국어원이 엄청 친근해졌다. 항상 직접 찾아보곤 했는데 챗봇 정도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서술형평가가 더 많이 확대된다고 하는데 글쓰기에 집중해야 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맞춤법 빌런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