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
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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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책 제목의 ‘엉망진창 행성’이라는 단어를 보며 우리가 엉망으로 살아온 지구를, ‘북극곰’을 보면서는 다 녹아가는 빙하 사이를 떠다니는 동물들을 떠올리기 쉽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삼은 책이겠지? 하며 읽다가 허를 찔렸다. 아니, 맞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인 이슈들을 담았다. 저자의 전작 <동물권력>을 떠올려본다.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동물의 눈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던 인문교양서였다. 안타깝게도 청소년이 읽기에는 좀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에서는 <동물권력>에서 저자가 짚었던 그 문제의식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홈스반장과 왓슨요원이라는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이 지구를 방문한다는 설정을 통해 오늘날의 지구의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풍자한다.

몇 천년 후, 미래의 인간이 오늘날의 인류세를 연구한다면 주로 닭뼈와 콘크리트, 플라스틱, 핵실험의 흔적을 대거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치킨 메뉴, 닭을 등장시킨다. 미크로네시아 섬들의 길닭, 그러니까 인간이 기르는 집닭의 선조 격인 ‘적색아계’를 뒤쫓는 하얀 신사복의 노인(KFC 할아버지!)을 보고 홈즈와 왓슨이 추적한다. 우리가 먹어만 봤지, 잘 알지 못했던, 닭들의 품종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속사정을 파헤친다. 이후 소보다 닭이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기업들의 프레임과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죽어나가는 닭들을 숫자로 제시하며 동물복지 문제로 이어진다. 조만간 지구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오늘날의 문제점을 탈탈 털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책의 본론에서야 접하는 북극곰이나 고래, 새들의 이야기에는 노동과 정의의 문제의식을 더한다. 책을 읽을 땐 재미있게 봤겠지만 다 읽고 나면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묵직한 생각이 딸려올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레타 툰베리의 근황을 3부에서 읽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가 스웨덴의 풍력발전소 설치에 반대한 이유를 써놓았다. 풍력은 재생 에너지이긴 하지만 순록이 먹을 지의류를 파괴한다. 툰베리는 더이상 단순히 기후위기 문제일 때에만 소환되는 운동가가 아니라 동물권까지 생각하는, 진화한 운동가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최근에는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하다가 이스라엘에 몇 번 잡히는 등, 국제정세에도 관심을 갖는 운동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K-POP 가수들만 유명할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툰베리와 같은 용감한 운동가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300~400페이지 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초등고학년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사회, 역사,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중, 고등학생들 역시, 편히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

왓슨 4세가 주문처럼 외우곤 한다는 도나 해러웨이의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전면적인 화해나 복구가 아니다. 나는 부분적인 회복 그리고 함께 잘 지내기를 위한 평범한 가능성들에 온 마음을 쓴다.”(P.316)라는 문장은 이 책을 필히 읽어야 할 이유다. 지금껏 인간의 행보는 이 행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왔다. 지구 위의 인간과 동물은 같은 생명체로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눈을 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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