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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평점 :
앎과 삶 사이에서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어중간한’ 두 가지 색의 줄무늬가 수채화 질감으로 그려져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밑부분에는 그 사이에 오고가는 흐릿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들어가며’에서 “어중간하게 살아왔다”라며 냅다 고백부터 지르는 저자의 첫문장에서 느껴진다. 이 어중간한 사람들, 즉, ‘소시민’인 저자와 나, 우리를 그린 표지다.
나는 이 책을 편하게 읽지 못했다. 글의 가독성은 좋았음에도.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세상을 바꿀 재력도, 권력도, 능력도 없는 소시민이 가진 양심의 파도가 요동쳤고 색이 붉든, 푸르든 좀 진해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옅어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자신이 뼛속까지 어중간하며 연약한 소시민이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그렇다. 그래서 우리 손을 잡자고. 좀더 용기를 내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마을 생활을 하며 깨달은 앎을 삶으로 녹여보자고 이 책을 냈다. 이전 책,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에서는 피해와 가해가 혼재한 역사에 연루되어있음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가 소시민으로서 책임져야 할 연루에 대해, 그리고 그 연루를 넘어 연대로 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한 일론 머스크가 래리 핑크와의 대담에서 한 발언들이 SNS상에서 뜨거웠다. 자칭 낙관적 모험가라는 그는 “지구라는 단일 행성에 인류의 의식을 묶어두는 것이 위험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공개적으로 열 네명의 아이의 아버지인 일론 머스크가 화성이주프로젝트에 열심인 것과, 무자식의 저자가 지구의 소시민들에게 권하는 작은 책임에 대해 설파하는 이 텍스트와의 간극이 큰 데서 오는 아이러니에 나는 시달렸다. 어쩌면 작은 어떤 한 국가보다 훨씬 많은 재력을 가지고 있고, 자본주의를 종교로 환원했을 때 그 어떤 신보다도 더 추앙받을 일론 머스크의 머리에 소시민은 어떤 존재일까, 궁금하다.
어떤 외국인이 검은 롱패딩을 입고 전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한국인에 대해 정말 개미처럼 보인다는 쇼트를 본적이 있다. 국내주식을 사는 한국인에 대해 동학개미라고 우리 스스로를 부르기도 한다. 저자와 일론 머스크 둘 중 어느 쪽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까? 이 두 갈래길에 선 개미같은 소시민인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는 이 책, 당신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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