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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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 먼저 떠오르기도 했지만 중국 런민대학교 철학과 교수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공산주의는 국가와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하며 경제적 토대를 더 중요시하는 체제로서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을 다룬 학문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하기도 하여 책을 펴들었다. 막상 읽고보니 공산주의 국가의 중국인이든, 자본주의 체제의 미국인이든, 고대 그리스 시대의 소크라테스든 빈부격차 상관없이 죽음 앞에 인간은 모두 평등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오로지 철학자가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시선뿐이었다. 그는 철학과교수로서 지내다가 쉰 여섯이 된 2024년 7월 12일, 의사로부터 치료 중단 선고를 받는다.
”한 철학자의 정신적인 힘이 그의 생명을 얼마나 자유롭고 또 두려움 없는 경지로 끌어올렸을까? (...) 그의 철학은 어떻게 그의 정신적인 자아가 아무런 손상없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존될 수 있도록 해주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기록이자 증명이다“(p.41) 서문의 한 구절이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거울삼아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마지막 수업을 시작한다.

주루이는 처음부분에서 독배를 받아든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의무를 다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p.48)라고 전한다. 주루이 본인은 철학을 공부하면서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p.48)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 두려움은 우리의 손발을 묶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죽음’은 생명이 있는 존재가 느낄 수 없는 것이다라며 두려워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선을 확실히 그어준다. 그래서 그는 산에서 길을 잃어 도랑에 굴러떨어졌을 때도 그것을 기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산을 무사히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그는
”과학자나 철학자, 그리고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 대부분은 끊임없이 이 미지의 것들을 개척한다네.“(p.67)라고 말하며 삶에서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책에서 한 학생이 대학원 진학을 해야할지에 대해 주루이에게 묻는 장면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자네만 찾을 수 있네.(...) 무슨 일을 하든 ‘진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네. 만일 자기기만에 빠져 산다면 그건 자기의 생명을 낭비하고 또 자기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네. ‘진실’은 심오한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다네. 자네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pp.190-191)
김연수 작가는 청춘에 대해,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만이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고 말했다. 청춘의 그림자가 영혼에 그늘을 드리울 때, 찾아오는 너무도 많은 자기기만의 함정은 우리의 생명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나에게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이 책을 새로운 인생 단계의 진입을 앞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중 고3을 콕찝고 싶다. 이제 기나긴 미성년의 터널을 지나 청춘의 봄날을 맞이할 아이들에게 죽음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누군가 부적절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메멘토 모리를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인식한 삶은 더욱 소중하고 그만큼 찬란하기에.

”평범함이야말로 진짜이고, 행복이고, 또 기쁨이네. 이것은 나의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어.“(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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