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미희답게 잘 살았습니다 1 - 냉장고 너머의 왕국 그리고 미희답게 잘 살았습니다 1
태 켈러 지음, 제랄딘 로드리게스 그림, 송섬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고 미희답게 잘 살았습니다
1. 냉장고 너머의 왕국

아이를 키우면서 전래동화의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전형적인 틀에 갇힌 이야기를, 내 아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이후 어떤 독서교육 강의 중, 취학 전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읽혀야 아이가 선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고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야, 그 이후에 읽혔다. 하지만 주인공은 착한 사람이고 그와 척을 지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이 이분법적인 도식화의 결과가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1/4는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태 켈러 작가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오래된 이야기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민을 이 분은 이렇게 풀어냈구나 하면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으로 2021년 뉴베리 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 바로 이 책을 내셨다.

메사추세츠주 에서 ‘박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박씨 부부의 딸, 미희 완 박이 주인공으로 넓적한 얼굴과 120센티미터라는 작은 키의 한국계 소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공주는 뮬란 뿐이라는 것이 별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희는 공주를 추앙한다. 그래서 어릴 적 친구 제네비브와 함께 공주 놀이를 해왔으나, 요즘 들어 공주 같은 외모를 가진 이 친구조차 더이상 함께 하고 싶어하지 않음을 느낀다. 백설공주 놀이를 하기 위해 가져와야 할 사과를 깜빡한 미희에게 “어차피 넌 공주 같은 아이도 아니잖아.”(p.14)라며 친구는 떠나간다. 미희에게 공주란, 엘사와 라푼젤처럼 “어딘가에 나만을 위한 ‘오래오래 행복한 결말’이 있을 거야. 그걸 찾아내야 해”(p.18)같은 의미였기에 계속해서 “모험을 추구했고, 꿈을 이루고 행복한 결말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p.18)가기 위해 교정 안에 있던 사과나무의 사과를 따기 위해 오른다. 백설공주에게는 사과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러다가 걸려 점심시간에 외부활동을 금지당하고 대신 도서관으로 가게 되는 벌칙을 받는다. 그곳에서 교실 등이 나가 고쳐보려고 의자에 올랐다가 훔치는 것으로 오인받고 벌을 받게 된 흑인 리즈와 노래를 부르다가 트라우마를 갖게 되어 스스로를 꽁꽁 묶은 사바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셋이 ‘냉장고 너머의 왕국’, 공주들이 사는 무지개 왕국으로 발을 내딛는다.

이 왕국은 미희가 꿈꾸던, 공주들이 사는 세계였다. 하지만 공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계의 인물인 버사가 시키는 대로 공주 훈련을 받아야 했다. 훈련의 결과는 점수로 환산되어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다. 또 진짜 공주를 만난 다음에는 “공주가 되는 건 미희의 가장 큰 꿈이었지만 정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름답지만 새장 속에 갇혀 있다는 점이 꼭 동물보호소에 있는 새들 같았다.”(p.111)와 같이 느낀다. 절대 이야기를 바꾸어서는 안된단 불문율, 그러니까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클리셰에 질문을 갖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정해진 틀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공주답다는 건 누가 정하는 거지?’ 다른 사람 눈에 공주처럼 보일지 아닐지를 걱정하느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pp.208-209)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한 색과 맛이다. 냉장고 너머의 왕국에 들어가게 해준 도서관 사서선생님의 사탕 맛은, 먹는 아이들 각자의 고유한 맛이다.

“엄마가 만든 팥떡 맛이야.” 미희가 말했다. “버터크림 케이크 맛이 나.” 리즈가 말했다. “난 엄청 맛있는 소고기 육포 맛이 나는데.” 사바나가 말했다.(p.31)

오두막집에서 만난 검은 곰이 끓여주는 죽, 역시 종류는 하나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고유한 그 맛을 다시 느낀다. 각자가 집을 떠올렸을 때 그리움을 맛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희라는 이름의 ‘미’는 아마도 아름다울 ‘미’로, 공주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기도 하지만 맛 ‘미’자를 쓰는 미각의 ‘미’일 수도 있으니 여러가지 맛에서 아이들 각자의 고유한 그리움의 맛이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정말 위험 천만한 모험 끝에 다시 돌아온다. 미희가 품었던 질문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주머니 속 묵직한 나침반도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미희가 ‘미희답게 잘 살았습니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책 속 주인공 미희처럼, 공주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나, 이제는 공주놀이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처럼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얼마나 무지개빛으로 빛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