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훈 작가의 추천글이 돋보이는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에는 박래군 저자의 인권운동 45년이 담겨있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권리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어왔다. 김훈 작가는 ”인권은 더이상 분할이 불가능한 개별적 생명의 불가침한 가치이고 사회 구성의 기본인자다.“(p.7)라고 말한다. 더 이상 사회와 타협할 수 없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로 읽힌다.
저자는 한국 민주화 투쟁에서 짓밟혀온 학생들뿐 아니라 양지마을 사건, 의문사 진상 규명과 같이 어둠에 묻혀 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수면위로 올려왔다. 또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 곁을 지켜왔다.

“나는 유가족으로 그들과 만났다. 그들에게 오빠로, 형으로 불리면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만나고 있다. 부모님의 눈물과 한숨을 보면서 내 안의 슬픔을 만나지 못한 채 우는 부모님을 위로해야 했던 젊은 시절을 샅이 보낸 형제이고, 누이들이다. 우리끼리 만나면 부모님 흉도 보고, 걱정도 하고, 그러다가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로 웃기도 했다.(p.428)”

쉽지 않은 인권의 길이다. 저자가 이 길에 들어설 수 밖에 없게 된 연유에 대해 이 책 초반부에서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 이건 소설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그 정도로 우리의 현대사는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지금은 잊혀진 젊은 목숨들에게 빚지고 있었다. 저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썼을텐데 동생 박래전의 분신을 둘러싼 그와 그의 가족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담담한 문체에서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알 것같은 그의 성격이 느껴졌다. 그는 선하고 뚝심있는 문학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그보다 훨씬 늦게 태어난 나는 이미 중년인데 그는 아직도 청년으로 살고 있었다. 존경심이 일었다.

최근 읽은 한겨레출판의 책들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5장 끝 부분의 ‘스스로 낸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존재들’에서 저자는 ‘청년유가협’모임, 즉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형이나 오빠, 동생을 잃은 사람들(p.427)”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가족이라는 단어에서 <말라가의 밤>처럼 살기 위해 잠시 숨을 멈추고 입수하는 ‘프리다이버’ 유가족들이 떠오른다. 서해안에서 떠내려온 말뚝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울다가 사라지면 눈물을 그치는 <말뚝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의 뒷배는 죽은 자들이다”(p.434)라고 말하는 저자를 보며 그 말뚝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의 뒤에 서 있음이 보였다.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고 물을 때, 나는 현장에서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썼다. 죽어간 이들은 ‘같이 죽자’가 아니라 ‘나는 죽지만, 살아남은 당신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울고 있는, 살아남은 자들의 곁으로 갔고 지금까지 그들 ‘곁’을 지키며 살아왔다.(pp.435-436)“

본인 역시 연세대 문학회원이면서도 개인의 글쓰기적 열망을 한강작가에게 맡기고 이 말뚝들을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하는 저자의 모습이 이 문단에 투영되어 있다.
”살아있는 존재가 흘리는 눈물에는 온기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음을 잊지 말자.“ 그래야 사람으로 살 수 있으니까.(p.439)” 그동안 내가 흘린 눈물의 온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흘릴 눈물의 온기에 대해서도.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박래군#하니포터#하니포터11기#한겨레출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