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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을 때는 일본이 트럼프 정부와 5,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기로 도장을 찍은 상태였고 트럼프는 그 다음 타겟, 우리나라에 3,500억 달러를 요구한 상태였다. 한편 중국은 올해 9월 3일에 있었던 80주년 기념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가 66년만에 모여 건재함을 증명했다. 이렇게 미중관계가 고조화 될수록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 흐르는 불확실성은 커져만 간다. 이 책은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소제하에 중국정치 전공 이희옥, 국제무역 정책 연구자 김영한, 차세대 반도체소재와 미래에너지공학 연구자 권석준, 미국 외교와 세계 질서 변동 연구에 집중해온 차태서 교수, 이 네 명이 제안하는 생존을 위한 한국의 선택에 대한 담화를 담았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트럼프에게 투표한 ‘MAGA’의 분노와 그들을 이용한 트럼프의 정치활동에 대해 쓰여있다.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서는 미국이 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2001년 중국의 WTO가입을 지지하기도 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무역을 채택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전혀 동화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트럼프 1기 정부는 ‘배은망덕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다. 제조업발전을 시켜주며 성장을 도와줬는데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질서에 저항하려 한다는 것. WTO 가입한 이후 미국 제조업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미국 제조업의 몰락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역시 미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에서는 최근 중국의 혁신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한 덕분 -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상당수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동적 대응에서 창출된 결과라는 점도 분명 없지 않습니다.”(p.106)-으로 읽혔다. 마지막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는 신냉전이라는 추운 겨울, 흰 눈으로 뒤덮여 가야 할 보이지 않는 현재, 우리는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딛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Winter is Coming”이 아니라 겨울이 이미 왔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지만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마친 후, 후속기사를 보며 생각보다 꽤 잘 대응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우리 민족이 위기 앞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에 대해 ‘진화’라는 키워드를 든다. “우리에게는 그 진화의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진화를 멈추지 않도록 하는 ‘유연성’입니다.”(p.203) 이 유연성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받아들이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p.204)와 같은 오픈 마인드, 그리고 앞으로 좋든 싫든 AI와 같이 살아야 할 생애 후반부에 주도권을 내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잃지 않기를 이 네 명의 교수님들은 당부한다.
이 책을 완독한 후 APEC 경주 정상회의 중, 10월 30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뉴스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리고나서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니, 현재 미국이 ‘트럼프 쑈’를 방송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은행을 한 강도가 털다가 뭔가 무술 고수를 만나자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CCTV로 지켜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적대시하는 중국에게 큰 관세를 요구하겠다던 트럼프는 APEC에서 시진핑과 한시간 사십분을 만난 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펜타닐 불법 유입 방지 협력을 약속하고는 이후 정상회담이 마치기도 전에 한국을 떠났다. 돈내놓으라고 소리지르는 시끄러운 트럼프보다 로봇과 드론, AI에 소리없이 강한 중국이 더 큰 위기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갖게 될 1년의 유예기간동안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미중관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