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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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화제의 '평어 수업'과 <말끝이 당신이다> 산문을 쓴 김진해 교수님의 책, <쓰는 몸으로 살기>를 소개한다.

한글을 가르치고 그림책을 읽히고 논술 수업을 보내는 수순으로 슬이의 글쓰기 교육을 대충 떼워왔다. 내년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슬의 글은 심각하다. 아직도 ‘재미있다’, ‘맛있다’, 어이없었다‘로 끝나는 일기를 쓰는 슬이다. 무엇이 잘못인지 돌이켜 생각해본다. 논술 학원을 바꿔야 하나, 애꿎은 논술 선생님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그렇게 책과 글쓰기를 싫어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운이 좋아 롤모델을 만난다면? 나는 아이의 독서 인생에 기적을 바라는 못난 부모가 되어 있다. 이제 아이에서 ’나‘로 돌아온다. 나도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 별점을 짜게 주는 편으로 나의 속좁음을 대신하는 8년차 독서동아리 회원이다. 인내심이 짧아 완독율이 낮아 입회한 동아리였다. 어느 덧 시간은 읽은 책을 글로 옮겨적어보는 수준의 ’나‘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글쓰기였다. ’책‘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몇백 페이지라는 종이에 쓰인 문장들은 내가 나의 언어로 골라 쓰기 어렵게 개성이 강했다. 책들이 가진 버라이어티한 정체성을 몇 자 안의 글쓰기로 묶어보려는 시도는 어려웠다. 같은 방법으로 묶자니 뻔하고 재미있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에 봉착되어 있을 때쯤, 이 책 <쓰는 몸으로 살기>를 만났다. 이권우 도서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나는 행운아다. “이 양반은 글쓰기를 잘 쓴다. (...) 그런데 글쓰기도 잘 가르친다.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 모르는 애송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쳐와서이다. 드디어 고수가 나타났다. 만국의 글쓰기 낭인들이여, 기뻐하라. <쓰는 몸으로 살기> 덕에 당신은 곧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리라.” 아멘!하며 책을 펼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만난다. 제목이 ’무적의 글쓰기‘가 될 뻔한 이 책은, 적이 없다는 의미의 무적이 아닌, 소속이 없다는 뜻의 무적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고향이 없기에 ’쓰고, 떠나고 다시 쓰고, 다시 떠나고.“(p.5)

”무적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복을 통해 ‘쓰는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탈바꿈하기 위해 꾸준히 앉아있어야 만들어집니다.(...)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기 위해 막막함 속을 헤엄치면서 끝내 문장을 바느질하듯이 한 땀씩 이어갑니다.“(p.6)
그렇게 쓰는 몸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들로 4부가 쓰여있는 책이다.

1부 ‘당신에게는 어떤 문장이 있나요’에서는 타자와의 공명을 꼽는다. 2부 ‘좋은 글은 어떻게 구성될까요’에서는 퇴고와 적확한 단어를 찾아 헤매는 과정을, 3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써볼까요’에서는 나는 보았지만 독자는 보지 못한 것과, 나로부터 나오는 언어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법이 쓰여있다. 마지막 4부 ‘쓰는 듯 살고, 사는 듯 읽으세요’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책을 읽어 제끼기보다 그 책 중에 자신을 통과하는 그 느낌을 사로잡는 연습을 반복하라고 조언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글쓰기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쪽으로 끌어당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적인 사람은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관조하는 삶이 아닌, 행동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아무 목적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세요. 그런 사람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p.245)

글쓰기란, 그저 자신의 짧은 문장으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관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이 <쓰는 몸으로 살기>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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