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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12.3 내란 사태는 우리가 보지못했던 한국 검찰이 그동안 쥐고 있던 권력의 결과물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유석 저자님의 <최소한의 선의>에 써 있던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너져내림을 느꼈다. 이 가치들이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법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검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자신의 선배와 상사에게 충성을 다해 만들어진 권력 위에 모래성처럼 만들어진 것이 법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나에게 좌절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검찰이 어떻게 견제되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점을 개혁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짚어준다.
1부 ‘세계 각국의 검찰은 우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검찰의 능력을 어떻게 견제하는지 보여준다. 나는 근대 경찰 제도의 맹아를 싹틔운 프랑스가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의 ‘예심 판사 제도’는 전 근대라고 할 수 있는,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제정되었다고 한다. 즉, “프랑스 혁명의 성과를 반영”(p.59)하여 만들어졌다. 이를 설명하며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소추, 수사 기능을 하나의 기관(검찰)에 맡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근대적 형사 사법 제도의 시초라고 할 프랑스 치죄법에서 이미 소추·수사 기능을 분산시켰다는 점을 새삼 주목”(p.60)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든 시민을 위협할 수 있는 하나의 검찰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예심판사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가져다 준, 아니 피를 흘려 얻어낸, 시민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2부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검찰 공화국의 흑역사’에서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그 내용이다. “검찰 주류 세력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면 조직 전체가 똘똘 뭉쳐 움직이고, 반대로 그 아무리 부당한 사태가 벌어져도 주류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 조직 전체가 침묵했습니다.”(p.145) 윤석열의 장모와 김 여사가 포함된 수사에 대해서는 덮어주기 식이고 상대편 야당대표에 대해서는 수많은 기소를 하며 검찰권력을 자신의 힘처럼 사용한 정황이다.
3부 ‘글로벌 사례에서 발견한 검찰 개혁 쟁점들’에서는 미국의 ‘진보적 검사 운동’과 시민도 기소할 수 있는 ‘대배심 제도’,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를 시민들이 심사할 수 있는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위 검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직권 남용죄에 해당하는 독일의 ‘법왜곡죄’ 등을 살펴본다. 세계의 경찰들은 균형잡힌 수사를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제도적으로 많이 마련해놓은 상태였다. 다른 나라들의 검찰 시스템을 들여다볼수록 어떻게 우리나라만 후진국처럼 검찰이 이렇게 독보적인 권력을 오랫동안 혼자 독차지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권력은 어디에서 오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든 권력자와 권력 기관에 뼛속 깊이 각인시켜야 합니다. 군, 검찰 등 권력 기관의 사유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도록 물샐틈없는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12·12 쿠데타와 5·18 시민 학살을 자행한 군 사조직 ‘하나회’를 가차 없이 척결했듯이 무관용의 개혁을 이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12·3 내란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p.116)
더 이상 지연할 시간없이 남은 과제를 해야 한다. 검찰공권력에 대한 새로운 형사 사법 체계를 제시할 때이다. ‘검찰이라는 세계’ - 윤석열이 만든 검찰이라는 세계와 ‘세계의 검찰’이라는 글자가 우리나라의 검찰이 가야 할 방향을 알리려는 듯 직각으로 맞닿아있는 표지처럼 어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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