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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
안광복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평점 :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최근들어 염세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걱정하는 분이 계신다. 1996년부터 중동고등학교 선생님이시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광복 철학자이시다. 철학을 일상 안으로 들여놓으시는 사유와 부지런한 글쓰기가 개인적으로 부러워 롤모델 삼고 싶은 분이다.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는 저자 스스로 오십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 느낀 점들을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부제)로 담아낸 책이다.
한국인들은 동안을 축복처럼 여기고 젊게 보이려 패션, 미용, 건강용품에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노인들에 대한 편견도 심한편이다. 노년기의 사람들은 병마와 싸우느라 몸이 힘들거나 남편과 아내탓으로, 혹은 자주 들여다봐주질 않는 자식들을 원망하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꼭 나이든다는 것을 저주처럼 여겨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나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해주듯, 저자는 철학자 스물 두 명의 문장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오십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항할 수 있는 사유를 던져준다. 개인적으로는 젊었을 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반야심경’이 이번에 내 맘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기에 프롤로그에 써있는 ‘나이 드는 것만으로도 철학자가 되기에’라는 제목을 다시 새겨본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철학자들 중에는 공자,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이미 유명한 철학자도 있고, 시몬느 베이유와 같은 방향의 철학자나 알랭드 보통같은 요즘사람(!)도 있어 반갑다.
한 십년전부터 경청을 키워드로 한 심리학책들이 많았는데 보통씨는 “귀를 막아라. 하다못해 적게 들어라”라는 조언을 해줘 새롭기도 했다. 우리 귀에 아침부터 들리는 심각한 뉴스와 신문기사는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알랭 드 보통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제시하며 우리안에 들끓는 불안함을 고요함으로 바꿀 수 있도록 철학적인 중심을 맞춰주는 안광복 저자님의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중년은 끓는 혈기가 식으며 지혜가 영그는 나이다. 식어가는 감정을 다시 덥히려고 자극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세상일의 본질을 차분히 되짚게 하는 고요함이 절실하다. 수많은 현자가 경력의 정점을 지난 다음 왜 초야에 묻히려 했는지를 곱씹어 보자.”(p.146)
이 문단을 읽으면서 갱년기라는 핑계로 더욱 화를 발산하던 내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고요함은 내면의 감정과 혈기를 덜어내야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음을 철학을 통해 배운다.
‘자신을 내려다볼 줄 아는 능력이 성찰하는 힘, 곧 철학이다’라는 최진석님의 추천서를 읽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힘은 끊임없는 객관화와 비판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임을 생각해본다. 또 오십이라는 나이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도 그려본다. 이 책에서는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p.63), “모든 불행은 혼자 있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p.64)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나 역시 사람들에 둘러싸여 감정쓰레기통이 되거나 편견과 선입견에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보다 혼자이더라도 예술과 철학을 친구 삼아 나의 내면을 가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십이철학을마주할때#다산초당#안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