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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ㅣ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평점 :
<역사를 보다2>
역사의 변곡점을 수 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대한민국 대표 지식 유튜브 보다(BODA)채널은 구독자 265만 누적 12억 뷰 채널의 초인기 시리즈인 ‘과학을 보다’와 ‘역사를 보다’를 메인으로 운영 중이다. 그 중 ‘역사를 보다’는 허준 MC와 ‘역사계 어벤져스’라 불리우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중동 지역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출연하시는 박현도 교수님, 러시아에서 고고학을 전공하신 강인욱 교수님, 이집트 전문가 곽민수 교수님, 이 네 분이 <역사를 보다1>을 2024년에 출간하셨다. 이번 <역사를 보다2>에서는 한국 역사, 특히 고려사를 전공으로 하는 정요근 교수님까지 함께 하셨다. 이 책 역시 <역사를 보다1>과 마찬가지로 출간하자마자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놓여있다.
이 책의 묘미는 뭐니뭐니래도 역사에서 결정적인 장면들, 미스터리, 세계사 속 이야기들에 대해 뻔하지 않은, 전문가분들의 고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되지 않는 역사 속 이야기들이 같은 역사학이라는 학문이라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중동지역 전문가와 이집트학, 한국사의 서로 다른 시선에 고고학이 더해져서 방대한 역사를 밥 한숟가락에 먹는 듯한 설명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서와 위서는 종이 한 장 차이다’라는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허준 MC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교차 검증해 벗어나는 책은 다 위서다”(p.159)라는 주제를 던진다. 이에 대해 정요근교수님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통일 신라 때의 학자인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인용했는데, 오늘날 그 책에 대해서 진위 논쟁이 있”(p.160)다는 사실을 밝힌다. 덧붙여 일본 궁내성 왕실 도서관에서 근무했던 박창화라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한학자를 거론한다. 그는 일본에서 <화랑세기>를 발견했으나 “국내로 반입할 수 없으니 근무하면서 필기했고 아무한테도 공개하지 않은 채 보관했다”(p.161)고 한다. 이 화랑세기에 대한 논쟁은 “김별아 소설가의 소설 <미실>이나 드라마 <선덕여왕>, 뮤지컬 <선덕여왕>으로 유명해졌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고대사 학계에서 엄청난 논쟁의 대상”(p.164)이었음을 밝히며 이 필사본에서 새로운 향가까지 발견되었는데 근대적인 단어들이 많아 박창화의 창작 쪽에 의견이 몰리고 있다고 밝힌다. 이 교차검증이라는 주제에 대해 곽민수 교수님은 <구약성경>을, 박현도 교수님은 이슬람 세계에 <구약성경>과 비견되는 이븐 이스하그의 무함마드 전기를, 강인욱 교수님은 <손자병법>과 <손빈병법> 그리고 슬라브어로 쓰인 <이고리 원정기>의 책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정통’ 아니면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재단이 너무 강하다”(p.172)는 의견을 박현도 교수님이 낸다. 이에 대해 강교수님은 “모든 걸 정통 아니면 이단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끊임없이 교차 검증하며 우리의 시야를 넓혀가는 게 진정한 ‘역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p.173)라고 덧분인다. 이 책의 핵심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해 사실이다, 가짜 이야기이다라고 단정짓고 심판내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검증으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넓은 관점을 아우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의 스펙트럼대로 역사를 즐길 수 있는 또 한가지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세계사를 접하는 학생들이 위인명이나 세계지명에 지쳐갈 때 읽으면 좋겠다. 한국사, 세계사가 꼭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될 뿐더러 ‘실업자 양성소’(p.6)라는 것을 알면서도 역사라는 학문을 좋아해서 전공한 네 명의 덕후 교수님들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어떤 스파크를 던져줄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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