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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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라는 책 표지에 이 책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편지 봉투 모양의 천에 여러 색깔과 모양, 패턴이 각기 다른 바느질로 꿰매있다. 까불이 글방’을 운영하는 양다솔 저자는 열다섯에 처음 글방을 찾아가 10년간 글을 쓰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보내주는 편지를 받고 답장하면 된다. 편지는 같을지 모르지만 ‘쓰기로 마음먹은’ 수많은 당신들이 쓸 답장은 표지에서 본 것 처럼 똑같지 않은,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책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의 ‘행운의 편지’같은 면모가 있다. 어렸을 때는 그대로 베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과 그 용기가 부럽다. 이런 재미를 십대 때 깨달았다는 저자는 더 부럽다.

우리 동네에는 왜 이런 글방이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 이거 너무 영업 비밀을 다 퍼준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막 무언가 쓰기로 마음 먹은, 이제 막 시작할 당신은 알 것이다. 러닝메이트가 중요하듯 글쓰기도 시작단계에서는 글쓰기메이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 처음을 함께 하는 메이트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 역시 인스타에 서평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 주변에 책읽는 분들에게 당장 쓰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더 친근하게 느껴진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당차게 말한다. “당신과 내가 모여 매주 글을 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약속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p.9) 그리고 이어지는 6부, 에필로그로 마무리하는 이 책은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유난한 글쓰기를 강요하지 않아 좋았다. 일단 1부에서는 편하게 ‘나’라는 사람을 글감으로 던져 준다. 정 쓸 것이 없으면 가계부라도, 오늘 하루라도 써보라는 독려의 편지다. 2부부터는 감정 글쓰기다. 어쩌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는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나 나의 분노 발작버튼에 대해, 기쁨과 슬픔, 그리고 상실에 대해 써볼 용기를 준다. 3부는 내 주변인들에 대해, 4부는 장소와 사물에 대해 쓸 거리를 주고 5부 쯤 되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을 묘사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6부에서는 나만의 스타일을 첨가할 수 있는, 먼저 글쓰기를 시작한 경험자만이 쓸 수 있는 챕터다.

각각의 편지마다 제시해주는 글감외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는 것과 챕터가 끝날 때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체크리스트도 이 책에 호감을 더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도 모르게 내가 닮고 싶은 글을 따라 쓰거나, 익숙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는가”(p.186)라는 문장이 와닿았다. 지금 나의 개미지옥같이 반복되는 글쓰기에 질려있던 나에게 꼭 필요한 방향이었다. 또 글쓰기와 더불어 읽어보고 싶은 책 추천도 잔뜩 받은 느낌이다. 뭐니뭐니해도 ‘글쓰기’라는 매력어필에 영업당했다는 것.
“모든 이야기는 초고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순도 100퍼센트의 용기로 구성된다.(p.7)”
“여러분, 글이란 언제나 스스로와 마주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스스로를 위한 글을 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p.37)
“이야기를 하는 존재는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p.46) 편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글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들수 있을까? 나 역시 서평 이 외에도 다른 것도 한번 끄적거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을 이야기하는 사적인 모임이 지겨운 사람에게 추천한다. 글쓰기만큼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장치도 없을 터,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글로 쓰고 나면 털어버릴 힘도 생기겠지. 그러고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모험을 떠날 힘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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