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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심 - 어린이를 위한 깊고 깊은 생각 훈련
서보현 지음, 박우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5년 3월
평점 :
요새 예능이나 유투브를 보다보면 자막으로 ‘합리적 의심’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합리적 인 의심’ 이 주제에 대해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냥 보면 저학년용 책 같지만 ‘생각훈련’이라는 단어처럼 한번 읽고 끝,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저학년과는 흥미로운 그림을 보며 이야기할 거리도 많겠지만 결국은 질문, 반대 의견, 정보 확인이라는 생각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오기에 우리 아이 같은 초 고학년과도 충분히 함께 여러번 읽을 수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에서는 ”뚱뚱한 사람은 운동을 잘 못한다“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 스포츠 종목마다 다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상황을 쉽게 설명해준다.
2장, ‘모르면 더 용감해져!’에서는 아이들이 자주보는 동영상의 알고리즘 원리에 대해 그림으로 쉽게 나와있다. 그리고 조금 아는 사람이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에 대해 다룬다.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임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잘 알고’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생각을 항상 의심한단다.(p.43)”라는 문장이 아이의 마음에 새겨지길 바라며 함께 읽었다.
3장, ‘내가 가진 생각과 나는 달라’에서부터는 슬이 머리가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가진 생각이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생각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에 대한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면 기분 나빠 하는 사람이 있어.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거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틀렸다고 하면 화내는 사람도 있어.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거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 내 생각이 곧 나일까?“(p.46)
‘너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민초를 싫어하지. 그렇다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고 민초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척을 질거야?’ 라는 설명을 해보지만 ‘이왕이면 고양이 좋아하고 민초 싫어하는 친구가 더 호감이 가긴 하는데’라는 말에는 나 역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다음 장에
”자신과 자신이 가진 생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스스로 생각을 점검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p.48)라는 문장이 있어 한시름 놓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에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저 친구는 고양이를 싫어하고 민초 좋아하는, 나랑 안맞는 애!라고 단정짓는 게 위험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하는게 아닐까?’하고 아직은 입씨름에 밀리지 않는 면모를 보여줘서 뿌듯해한 내 자신..( 여기서 막상 글로 써보니 초라하다..역시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그 상황을 글로 써보아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글도 합리적인 의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저 말이 맞는지를 확인해봐야해.“(p.49)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리터러시라는 것.
4장, ‘새로운 건 피곤해!’ 장에서 슬이는 ”아닌데, 난 편의점에서 새로운 맛 먹어보는 게 좋은데.“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결국은 좋아하던 초코가 들어간 신상품이고 좋아하던 자동차 장난감 중에 새로운 모델이었을 뿐이고 좋아하던 핑크색인 새옷에 불과했음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틀어 제일 나에게 좋았던 부분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지만 그것이 길이 막혔을 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도전을 귀찮아하고 쉬운 길만 가려는 슬이에게 가장 필요한 장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요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5장이다.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방법’이다. 인터넷에, 여러 사람이, 또는 신뢰감 있는 책으로, 그리고 증거처럼 보이는 동영상이 존재한다면 그 기사를 사실이라고 믿을 법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전부는 아님을 글과 그림을 통해 알려준다. 딥페이크처럼 거창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사진을 가지고 사람들을 속이는 등 작성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기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아야 하는지 이젠 알겠지? 생각의 그물을 촘촘하게 짜 놓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거야.“라는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을 같이 다 본 후 그림을 그린 박우휘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읽기로 했다. 그림이 그냥 너무 찰떡이었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슬이는 1장에서부터 ”뚱뚱한 사람은 운동을 못해!“라고 크게 말하는 두페이지 그림부터 먼저 반했고 나는 ‘편견에 젖는다’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서 큰 물방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엄마말은 잔소리로 듣지만 선생님이 이야기하거나, 좋아하는 유투브 채널 운영자가 말한 거나 리더형 친구들이 전해준 소식은 찰떡 같이 믿는 사춘기가 올락말락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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