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2 허블청소년 2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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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출간한 <테스터 1>은 달에 호텔을 짓고 화성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SF 장편소설이다. 200년전 멸종당한 오방새(Rainbow bird)를 관광용으로 복원하던 중 위험한 바이러스가 함께 부활한다. 그래서 1권은 오방새가 살고 있던 동굴에 제물로 바쳐지는 전설 속 아이와 화성복권에 당첨된 사람 그리고 마오와 같은 테스터에 대한 주제가 담겼다. 따끈따끈한 후속 <테스터 2>는 류온과 하라의 서사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강회장으로 대표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의 욕망에 의해 고도의 과학기술이 이용되고, 이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테스터들을 1권에서 그렸다면 이 기술 개발을 위한 결과값인 기후위기 속에서 삶의 터전이 사라진 사람들을 2권에서 등장시킨다. 서해바다 근처에 살던 이들은 2년 전 바다에서 생겨난 재난으로 큰 해일이 덮쳐 가족과 이웃을 잃었다. 정부에서 급하게 지어준 좁은 거주지와 채소와 과일 농사를 그린돔 몇 개만이 이들에게 남은 생명줄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하층민에 가까운 이들의 사이는 돈독하다. 이반이 소장님이 운영하는 보건소에는 가족과 이웃을 잃은 이들이 찾아오고 J사장이 운영하는 로봇들의 무덤인 정크랜드에서는 류온이 폐기휴머노이드를 조립하여 고장은 잦지만 메이드 로봇이나 강아지 로봇을 선물한다. 강회장과 그의 아들 본부장, 그리고 며느리는 COO, 쿠라고 불리우며 이름도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의 휴머노이드는 에이와 비 같이 알파벳으로 불리우지만 정크랜드 마을 속 사람들은 류온, 새별이처럼 이름이 있고 각자의 로봇에게는 -메이드 로봇의 이름은 미스터킴, 강아지 로봇은 파랑이- 인간다운 이름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분명 2권을 읽으며 주인공이 류온과 하라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에 남는 캐릭터는 로봇인 정우와 진솔, 보보였다.

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강회장같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는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최고의 보안용 비서로 쓰인다. 하지만 휴머니즘을 간직한 인간과 함께 했던 정우와 진솔, 보보는 그 인간적인 이름 만큼의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이 말하는 ‘부탁’에 있다. 사람이 부탁을 하면 부탁을 했지,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로봇봤는가? 이 책엔 있다. 그것도 셋이나.

일단 정우.
“부탁드립니다” 그가 손을 뻗어 살짝 온의 무릎을 건드렸다. 바닥을 내려다보던 온의 두 눈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에 의해 비밀을 간직한,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이 휴머노이드를 보며 온은 자신도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란 사실이 좀처럼 견딜 수가 없었다.(p.107)

그리고 보보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멍하니 서서 오래된 구형 메이드봇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아이를 지켜준 건, 자신이 만든 치료제가 아닌지도 몰랐다. 이 낡고 고리타분하며, 인간보다 훨씬 꼬장꼬장한, 바보처럼 착한 저 친구였는지도.(p.205)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솔.
“그것이 하라님이 아닌 저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입니다.”(p.274)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들은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강회장과 하라, 그리고 류온과 류휘라는 가족 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 로봇들의 부탁하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휴머노이드들에게도 있는 이 마음이 왜 지구를 고쳐쓰면 되는데 고칠 생각은 안하고 화성 땅따먹기하고, 가족에게 잘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로봇에게 시키는 인간들이 많냐고. 인간은 왜 이 모양이냐고 묻는 작가의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숙제가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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