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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공부 - 최재천과 함께하는 어린이 성장 동화
함주해 그림, 박현숙 글, 최재천.안희경 원작 / 김영사 / 2025년 2월
평점 :
얄궂은 소금물의 농도를 더했다 빼는 문제나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함수 문제 앞에서 나중에 어디에 써먹을 데가 있는건지 출제자를 원망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흔하게 보인다. 학교와 학원에서 해야하는 이런 공부 말고 진짜 공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아닌 제3의 어른이 누가 있을까? 평생 동물행동 생태를 연구해온 최재천 교수님은 기후위기 시대의 한복판에서 부모세대인 우리에게는 인간이 아닌 생물종을 차례차례 멸종시켜온 호모사피엔스의 이기심을 강연과 책을 통해 알려오신 분이다. 아이들과는 생명다양성 재단에서 특정 지역의 생물 생태탐구를 통해 인간과 함께 살아온 생물의 다양성 덕분에 우리가 누려온 자연의 순환 효과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힘써온 교수님(책에서는 소장님)이다. 최재천 교수님의 필모그래피와 저서에 있는 내용 중에서 책 속 소장님의 언어로 탈바꿈해서 박현숙 작가님이 쓴 어린이 성장 동화, <하고 싶은 공부>를 소개한다.
이 책은 5학년인 정우, 소리, 건, 이 세 명의 아이들이 어느 공원 구석에 있던 연구소 소장님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정우는 의대진학을 원하는 엄마와 그 전공을 원하지 않는 고등학생 형과의 갈등상황 속에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소개하는 유투버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엄마침팬지(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는!) 같은 소장님의 조언으로 한 발자국씩 앞을 향해 내딛는 걸음이 인상적인 책이다.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도전해 보는 거야. 재미있고 흥미롭게 도전하는 것, 그게 진짜 공부거든. (...)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 악착같이 찾아보고, 뒤져 보고, 책도 읽어 보고, 결국 알면 사랑하게 된단다.”(p.28)
나태주 시인의 ‘풀꽃’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 두 행의 마지막 행처럼 들리는 “결국 알면 사랑하게 된단다”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말이 시처럼 들린다.
“실수하면 좀 어때!”(p.85)라며 자신도 수많은 실수 위에서 경험하고 그 것을 토대로 성장했다고 이야기해주는 소장님이다.
“셋이 모여서 그 문제에 대해 말하렴. 일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거야. 서로 생각이 다르면 자기 생각이 왜 옳은지 이야기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무엇이 옳은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의논하렴. 그걸 숙론, Discourse 이라 부른단다.”(p.90) 서로 서운한게 많아 삐진 상황에서 소장님은 정우에게 숙론할 것을 제안한다. 나 역시 “아니~”라고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걸 고쳐보고 싶다. 서로 옳고 그른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의논할 것, 최재천 교수님이 작년에 출간하신 <숙론>의 핵심 문장이 이 책에도 나온다.
“경험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창의력도 자라지.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도 스스로 알게 된단다.”(p.107) 경험해보기 위해선 용감해져야 한다. 멘탈이 나보다도 약한 우리 슬이 근처에 자꾸 이 책을 들이미는데 제목에 ‘공부’자가 들어가니 당최 손이 안가나 보다. 그래서 예쁜 수채화가 그려진 뒷표지쪽으로 뒤집어 놓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어. 그리고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냈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기 위해 노력했고, 원하는 걸 이뤘단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때 가장 재미있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단다.”(p.143)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서, 친구들이 많이 보는 유투브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 부모의 잔소리가 아니라 이런 책이 대신해주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