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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동 매뉴얼 ㅣ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9
리처드 N. 볼스 지음, 서진 엮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3월
평점 :
표지의 낙하산이 알려주듯 원서의 제목은 <What color is your parachute?>로 1972년 리처드 N. 볼스가 쓴 책이다. 그렇다면 현재 2025년과는 동떨어진 책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처음 책은 100페이지 분량 정도였으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들뿐 아니라 매년 최신 트렌드와 변화된 생존 전략을 추가하여 세계 여러나라에서 끊임없이 출간을 이어가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책이다. 저자는 “제가 해고되고 구직활동을 했을 때보다 사람들이 준비를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을 뿐”(p.6)이라고 201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다. 그는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MIT대학원에서는 화공학을 전공했다. 성공의 사다리와도 같은 IB 리그 출신인 그는 또 다시 뉴욕 성공회 신학대학에서 신약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그는 이공계 직업 대신, 성공회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그의 방황과 시대의 흐름이 그를 구직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고 그래서 경력 카운슬링 분야의 대가로 이끌었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면 2022년 미국의 상황이 그려진다. 팬대믹으로 대량해고가 있었고 수많은 미국 근로자들이 직업을 찾아 헤맸다. “1957년에서 1964년에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은 18세에서 54세 사이에 평균 12.4개의 직업을 가졌습니다.”(p.43)라며 이미 chatGPT를 가진 나라답게 4차산업혁명으로 진입한 미국의 모습으로 읽혔다. 저자 역시 육각형 인간으로 보이지만 해고를 두 번 당해봤다고 고백한다. 그는 그 당시의 감정을 공유하며 구직자의 멘탈회복을 위한 열가지 방법을 2장에서 제시한다. 우리나라역시 헬리콥터맘에 의해 배정된 학교와 직업을 박차고 나와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에 안착시켜놨더니 1년도 못버티고 뛰쳐나와 캥거루족을 하는 청년들의 부모입장에서는 맴찢이겠지만 적정한 나이에 사춘기를 겪지 못했던, 부모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한발자국 나아간 행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3장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동사 248개의 스킬 목록을 보고 하나, 하나 떠올리며 나의 장점 스킬이 무엇인지 아는 동시에 영어 동사 공부는 덤. 이 책에서의 하이라이트는 6장이라고 생각한다. 꽃으로 그리는 종합적인 자기 진단 목록이다. 꽃잎에 MBTI 혹은 홀랜드 코드를 통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유형, 내가 선호하는 근무조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유형의 스킬, 내가 좋아하거나 선호하는 관심 분야, 책임의 강도나 원하는 급여수준, 선호하는 장소, 인생의 목적을 적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통해 직업에 맞추는 구직자가 아니라 구직자 스스로 소질을 발견하여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지름길을 가게 된다. 이후의 다른 장들은 싸이트를 소개한다던가 면접을 위한 팁들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유투버들이 더 디테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꿈의 직업을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은 대부분 구직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한다.”(p.7)라는 강연과 이 책을 통해 수백만 명의 구직자와 경력 전환자를 도와왔다. ‘당신의 낙하산은 무슨 색입니까?’라는 원서의 제목은 직업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질을 찾아내고, 그 소질을 어디에 발휘할지 결정하는 방법을 뜻한다. 취준생에게도 맞겠지만 경력직인 사람이 자신의 소질을 찾아 좀 더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니 경력자에게도 추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의 비상이동 매뉴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