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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3월
평점 :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걸고 답하다>
조선시대 과거제도는 임금이 질문(책문)하고 응시자가 답(대책)을 써내려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물론 추천제도 있었지만 청탁과 부정이 있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며 투명한 과거제도가 더 주요한 시험의 방식으로 이어져왔다. 왕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기존 권력자들인 사대부의 대답이 아닌, 이 과거시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인의 흐름을 만들어낼 인재의 참신한 대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왕이 당시 절박하게 필요한 질문의 답으로 공무원 시험 주제를 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를 책임질 리더의 부재를 의식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역시 불확실성과 인공지능이 이끄는 혁명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지금,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수양의 효용인데, 지금 그 힘이 무엇보다도 절실해졌다.”(p.9)라고 쓰고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의 많은 이들이 대책으로 왕에게 끊임없이 요구한 것이면서 이 책의 열여덟편의 책문과 대책에서 다루는 공통의 키워드이기도 한 “수양”을 강조한다. ‘시근종태 인지상정’이라,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나중에는 게을러지는 게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p.80)이라는 문자로 시작하여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경청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권벌의 대답이 리더의 수양으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더해 나는 인재에 대한 왕의 생각과 인재로 뽑혀야 하는 선비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인재에 대한 글들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인재도 완벽한 사람은 없고 일단 장점을 들어 적재적소의 임무의 자리에 쓰고 단점을 이후 고치게 하는 방식이라든가, 또 삼대에 걸쳐 인재를 먼저 육성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놓은 글들이 그렇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이 쓴 책문에 대해 왕부터 달라지라고 당차게 쓴 대책을 읽으며 할말하않이 아니라 누가봐도 자신의 목숨을 종이 한 장에 걸고 썼음이 읽혔다. 이런 인재가 넘쳐나게 하는 방법을 명종이 묻고, 이에 대해 양사언은 “선비가 융성하면(...) 소인의 도가 소멸하고 군자의 도가 성대해질 겁니다.”(p.133)라고 대답한다.
“나라의 핵심 인재가 건강하면 자연히 나라도 건강해진다. 지혜롭고 능력 있는 인재가 올바름을 추구하고, 잘못을 반성할 줄 알며, 기개를 가지고 있다면 부정이나 불의 따윈 자리하지 못할 것이다. 설령 실수하고 과오를 범하더라도 금방 바로잡아 갈 수 있다.”(pp.133-134)
이런 인재를 넘치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 임금의 책임이 막중하다”(p.139)라는 양사언의 당부가 인상적이다. 지금 우리 시국에서 가장 필요한 반성과 책임이 빠진 정치상황을 보며 대통령의 수양도 수양이지만 그를 둘러싼 인재들의 목소리는 어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하다보니 처음에는 어떤 왕의 책문과 누가 쓴 대책인가가 궁금해서 이 책을 펴 든감이 없지 않았으나, 저자가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시급한 나랏일에 대해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할 책문과 대책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안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리더의 수양과 인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걸고 답하다>을 당신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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