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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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카페나 동네 책방처럼 요즘 도서관에도 그 공간만의 바이브가 있다. 그 느낌은 크게는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라, 작게는 개인의 스타일이 다양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바이브. 이 책은 느티나무처럼 한 자리에 있어 온 도서관을 둘러싼 근현대사 바이브가 잔뜩 풍기는 그런 책이다. 책도 좋아하고 도서관도 좋아하는, 도서관 스토리텔러, 백창민 덕후 저자님이 썼다.

총 4장으로 1부에서는 ‘도서관의 정치학’을, 2부의 ‘혁명과 민주화 투쟁의 무대’, 3부 ‘제국부터 민국까지, 국가도서관 이야기’, 4부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에 대해 다뤘다.
1부 첫 시작은 ‘성균관 존경각’이다. 일반 화재로, 또는 임진왜란으로 이 존경각의 책은 계속해서 소실되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책 보관소로 전락하고, 경성제국대학이 생기면서 친일파의 소굴로 변질된다. 1946년 성균관 대학이 설립되면서 평범한 대학도서관 중 한 곳이 되기도 하고, 한국전쟁으로 다시 불탄다. 1956년에 다시 지어져 1959년에 다시 개관한다. 하지만 이후 명칭이 바뀌기도 하고 새로 리모델링을 하기도 하여 변화되어 왔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도서관을 우리가 가질 수 없었던 이유”(p.30)에 대해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1일 중에 유림이 한 명도 없음을 거론하며 역사 속 지식인층이라 할 수 있는 유림과 성균관 인재인 양반들의 행동력부재에 대해 아쉬워한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격변’이라는 단어와 달라붙어 쓰인다. 변화하는 정세를 꿰뚫어보는 인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에피소드였다. 이런 식으로 30군데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종로구라는 정치라는 무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곳에 위치해있던 죄로 친일파 동상이 세워져있는 종로도서관, ‘박통’의 흔적이 있는 정독도서관이나 공수처 비판으로 소환된 ‘사직동팀’의 추억이 담긴 서울특별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용산도서관은 근현대사를 담은 영화 몇 편이 떠오르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교회에 이어 그 교회에 부록처럼 끼워져 있는 명성교회도서관 에피소드는 내가 기독교인이기에 아픈손가락처럼 읽혀지기도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개신교가 우리나라 정치에 깊히 뿌리박혀있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었다. 또 남산도서관이 산으로 들어간 까닭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지금 이 시대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때로는 더 조용했으면 좋겠고, 내가 필요한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을 투영한 곳이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도서관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는 곳이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지난 날의 고정된 지식 뿐 아니라 내일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오늘의 시대정신이 담긴 곳, 그리고 그 속에서 내일을 꽃피울 씨를 뿌리는 곳이었다. 저자는 그렇게 살아 숨쉬는 도서관의 세계로 들어올 것을,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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