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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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누군가 쓰면 어디선가 출판을 하고(또는 SNS에 업로드하고)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이 셋의 관계에 대한 제목, ‘셋셋’은 작가-출판사-독자, 이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의미를 품은 한겨례출판의 시리즈이다. 한겨레교육에서 소설가들과 글쓰기 수업을 마친, 아직 문단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설가의 역량을 쌓아가는 신인작가 여섯 분의 따끈따끈한 소설집이다.

<여름방학>, <지영>,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 <아이리시커피>, <호날두의 눈물>, <경유지> 라고 이름 붙인 단편소설이다. 어느 작가님은 묻지마 살인을 떠올리는 일을 담았고, 어떤 분은 사회적 문제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님이 나오는 이야기를 썼다. 또 호날두에 열광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유난히 매미소리가, 그것도 말매미소리가 들리는 어떤 여름날 한 가운데 있었다. 이 중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를 읽을 때는 치매가 있는 엄마의 지린내, 주인공 해연이 일하는 예식장 뷔페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이 냄새로 주인공 해연의 고통스러운 삶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정자에 앉아 있는 노인이 해연을 엄마로 알아봤을 때, 엄마의 노년이 곧 해연의 노년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을 읽을 때는 함께 비를 맞으며 산길을 뛰어내려갔다. 오빠의 우연한 사고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Good will hunting’의 로빈 윌리암스처럼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안전을 가장한 동물원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묘사나 자유를 찾고자 했던 동물들 앞에 놓여있는 필연적인 죽음이라는 댓가에 대해 함께 고민했고 길고양이를 동물원에서 탈출한 표범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는 그녀의 두 뺨에 닿는 미지근한 바람을 함께 맞으며 나 역시 이 역시 이 순간을 조금만 더 견뎌보기로 마음먹어보기도 한다.

제목 때문일까? 각 소설이 제공하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 속에 내 눈이 함께 set 되어 읽다보니 나의 세상이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보인다. 나의 세상에서 나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없고 설명되어지지 않는 일들이 이 여섯 소설가의 눈으로 더 가까이, 더욱 깊게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고 느낀 것만큼 나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낀다.

2025년 1월, 한국문학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만들어갈 이야기들의 처음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내년 이맘때쯤, 이들이 또 어떤 글들로 나의 눈과 마음을 열어줄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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