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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작가 프로데 그뤼텐은 1960년생으로 노르웨이 현대문학을 이끄는 소설가이자, 시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1999년 연작소설 <벌통의 노래>와 이 소설은 노르웨이 최고 권위에 빛나는 브라게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11월 8일로 예상되는 새벽 5시 15분, 피오르 페리 운전사 닐스 비크의,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p.7)이 그려진 책이다. 생의 마지막 하루를 맞이한 그는 전날과 다름 없이 아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모닝인사를 하고, 아침을 먹고, 나가기 전 소파에 잠시 앉아있던 루틴 그대로 행동한다. 대신 프라이버시라 생각하는 매트리스를 태우고 불나기 쉬울거라는 아내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그가 읽었던 신문으로 가득 채워놓은 지하실을 바라보며 집을 나선다.
아내의 이름을 딴 배의 시동을 걸자, 한 때 그가 키웠던 루나가 말을 건다. 이 개와 함께 페리에 올랐던 첫 승객을 떠올린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탑승객들을 한 명씩 태우며 '죽은 자들로 채운 밤배'(p.261)를 몰던 닐스 비크는 마지막 항해일지를 기록하고 "항로를 벗어난 길 잃은 페리 운전사"(p.260)가 된다.
“이 배는 닐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녔고, 삶의 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의 배는 여기저기 뱃머리를 옮겼고, 파도에 흔들리며 노래를 불렀다. 배는 위성이었고, 피오르를 맴도는 달이었다.”(p.29)
피오르와 함께한 시간은 닐스와 피오르를 닮게 만들었다. 동생 이바르로부터 '그렇게 피오르에 들어앉아 살으라'는 소리를 듣고, “당신은 배에만 충실했어요. 항상 그랬어요."(p.255) 라는 아내 마르타의 투정을 듣는다. 그의 사랑은 마르타를 맴돌았으나 마르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피오르는 주고 피오르는 빼앗는다”(p.39)라고 말했던 닐스는 피오르, 그 자체가 된다.
"삶은 유한하고, 이 소설은 무한히 아름답다"라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평 그룹 굿리즈의 한 줄을 읽고 나는 풀이 죽었다. 이 문장 이상의 한 줄은 나에게선 쓰여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내 삶이 아름답지 않았어도 아름답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p.268)
피오르와 마르타라는 배와 닐스 비크의 삶, 이 세가지가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바다와 함께 빛이나는 소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새 인기있는 키건의 작품보다 훨씬 높은 별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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