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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평점 :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인문360’의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카페’에 게재한 글을 바탕으로 만들었”(p.6)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고민을 남겨주었고, 그러면 ‘임상철학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저자 네 분이 대답한 것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챕터마다 각각의 고민이 있고,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을 소개해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마지막마다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이라는 제목 하에,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철학 관련 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들을 주제에 맞게 수첩에 옮겨 적고 보니 내가 읽어보고 싶은 2025년 책 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이 책의 표지가 재미있다. 푸들, 조개, 주사위 등 다양한 키링들이 ‘phiolosophy’, ‘personal relations’라는 문자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 귀욤귀욤한 키링들이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이라는 제목과 매칭이 안되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철학 처방전’이란 단어와는 나름 연결고리가 있었다. 인생의 짐이라는 가방을 메고 있는 ‘나’가 있다, 치자. 그 가방을 쉽사리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나의 취향에 맞는, 볼 때마다 기분전환이 되는 철학이라는 키링을 걸 수 있지 않을까? 니체의 ‘영원회귀’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가끔 떠올리는 느낌이려나? 이런 관점에서 표지를 바라보니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한 두 개만을 고르기가 힘들지만,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 읽은 책을 올리고 있어 그런지 3장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중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 초라해져요’챕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마르틴 하이네거의 “감추어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호기심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빈말은 자신에게, 즉 그렇게 존재하는 현존재(인간)에게 거짓으로 진정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생‘을 보장한다.”를 인용한다. 나는 이 문장을 한 댓번을 연달아 읽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고 말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SNS의 보여지는 삶에 대한 지적을 읽고나서야 이해가 좀 되었는데, 나는 이 말을 한 하이데거가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에 죽은 철학자임을 생각해보며 진심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 SNS가 있을리 만무한데 어떻게 인간의 허영을 이렇게 집어낼 수 있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이것을 이렇게까지 공유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p.129)라고 꼬집는 저자의 질문에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오픈된 장소에서의 글쓰기가 어느 정도의 수치심 때문에 계속해서 퇴고하게 되는 효과라고 주장하고 있는 나지만,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내가 글쓰기에 진심일까?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철학자들과, 그 철학을 곱씹는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인사이트가 있다. 사실 이 책에 고민들은 평범하다. 누구나 그 나이대에 가져봤을 고민들이다. 그런 고민에 대해 나는 왜 철학이라는 키링을 달아볼 생각을 안해봤을까, 생각해보며 2025년에 읽어볼 책들을 풍성하게 추천받은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그런 사람들에게 대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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