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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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언더독의 치열한 저항의 순간들

저자 김형민님은 ‘산하’라는 필명으로 2010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산하의 오역’이라는 글을 꾸준히 올렸다.

“답답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고, 소수만 자유롭고 즐거울 뿐인 세상이었으며, 변화를 꿈꾸는 자는 꽃다발보다 불벼락을 더 맞았으되 세상을 바꾸려는,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다고. 한번 힘을 내보자고, 함께 뭐든 해보자고.”(p.7)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저자가 왜 ‘울컥하게 만드는 글솜씨’가 있는 글쟁이인지 느껴졌다. 역사를 읽으며 울컥하는 순간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이길 때’이다. 영어단어로는 UNDERDOG이라 하고 저자는 이에 대해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라고 책 표지에 써놓았다. 이 책은 약자이지만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 이 다섯가지를 충만하게 가진 언더독들의 재발견을 다루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역사 전공이 아니지만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읽을 맛 나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1장의 생존을 위한 전략에서 저자는 홍대선 작가가 쓴 <한국인의 탄생>이라는 책을 언급하며 저자는 한국사에서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꼽으라면 고려 현종 때 있었던 거란(요나라)의 2차 침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p.56)라고 말한다. 이 사건 당시, 황제가 군대를 이끌고 압록강을 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고려인이다!”라고 외친 강조나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인기 몰이를 하는 가운데 부각된 양규 장군을 이야기한다. 난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양규, 김숙흥 등이 이끄는 고려군들은 호랑이에 굴하지 않는 고슴도치의 기세로 거란군을 찔러대기 시작한다.”(p.62)같은 표현을 읽으며 내가 알지 못했던, 위인 한 명을 마음속에 새겨볼 수 있었다. “채찍을 맞으며 끌려가던 고려인들에게 ”양규 장군이 나타났다“라는 외침 이상의 복음이 있었을까.”(p.64)이런 표현도 그렇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언더독이 바로 저자였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스위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 나라는 무슨 복이 있어서 저렇게 중립국을 할까,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가 중립국 하기 딱 좋은 위치 아닐까 싶었다. ‘합스부르크 대군을 격파한 스위스 용병’ 부분을 읽으며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립국이라는 위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싶다. 알프스 산맥이라는 첩첩산중에서 농사나 장사가 잘되기는 힘든 지형에서 스위스는 “유럽에선 수백 년 동안 가난함의 대명사로 꼽혔다.”(p.105) 고 한다. 하지만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체력 덕일까? 용병쪽으로 살길을 찾는다. 심지어 신의까지 있는 이 스위스 용병은 “로마 교황을 수호하는” 스위스 근위병의 전통을 갖게 된다. 다음은 어느 전사한 스위스 용병 호주머니의 유서의 한 문장이다. “우리가 신의를 저버린다면 우리 후손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다.”(p.108)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약하지만 비루하지 않고, 작지만 바스라지지 않는 자존감을 고수하는 약자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용기의 빛을 발하고 패하더라도 굴하지 않으며, 타인들로부터 존중을 획득한다.”(p.109) 이런 부분을 읽으며 친일의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우리에겐 없고 스위스가 있는 것이 ‘신의’임을 한 수 배운다.

아무래도 강국들 사이에 끼여있는 한국인 입장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언더독이 쟁취하는 것들에 대해 침흘리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들의 필승법 같은 커다란 벽에 아주 자그마한 균열을 낼 수 있는 정도만 하더라도 큰 성취라는 생각이 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미국, 중국처럼 G1이 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새우등 신세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쓰여있는 데로 우리나라가 언더독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를 생각해본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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