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기후 수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애슝 그림,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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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 ’벽돌 두 개의 합친 크기의 얼음에 ‘커빙턴’이란 이름을 지어주고는 발로 차며 유치원을 다녔으며, “여러분과 나는 운명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역사의 갈림길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지구인들을 운명적 공동체로 묶어주는 호프 자런의 책, <십대를 위한 기후수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소개한다.

2020년에 출판된 성인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2021년 ‘올해의 환경책’을 수상했다. 이후 코로나를 거치며 더 이상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다음 세대가 깨우치고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직접 원고를 수정 및 보완”(출판사 발췌)한 책이라고 한다.

“두려움에 떨 때도 아니고 포기할 때도 아닙니다. 그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p.195) 나는 이 문장이 가장 와닿았다. 기후에 대해 공포스러운 헤드라인의 기사를 자주 접하는 요즘,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p.194)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이다.

‘1부 생명’에서는 2009년, 학과장으로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수업을 제안받았을 때의 솔직한 심정부터 쓰여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제안이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건 담배를 끊으라고 하거나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p.20) 이후 저자는 변화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50여년동안의 행적에 관한 데이터를 쌓으며 “세상의 변화를 숫자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p.21)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저자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이해하기 시작한다. 독자인 나 역시 그녀의 변화를 보며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부 음식’에서는 육류와 설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가운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팸 이야기도 있다. “미네소타주 오스틴의 가장 큰 산업은 거대한 돼지를 잡는 도축업입니다. (...) 매일 일꾼 1300명이 돼지 1만 9000마리를 잡습니다. 이런 돼지 고기의 대부분은 스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지금은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0.078초당 한 개꼴로 소비되고 있습니다.(p.65)

‘3부 에너지’에서는 미국이 ”21세기의 가장 엉뚱한 환경 관련 발명품이 탄생“(p.150)시킨 ‘바이오 연료’ 이야기가 나온다. 바이오 연료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20킬로 그램 이상의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필요하다. ”화석연료의 대안을 찾아 나서지만 이런 ‘대안의 규모는 매일 먹는 커다란 에너지 케이크의 맨 위에 올려진 아주 얇은 설탕 장식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p.159)“ 효과가 너무 미미하다.

’4부 지구‘에서는 ”모든 사람이 ’풍요의 이야기‘를 한다면, 다시 말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인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늘날의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pp.192~195)“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나오는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55세였을 때, “라디오라는 마술이 텔레비전이 되고, 전보는 전화가 되고, 종이 테이프를 사용하던 컴퓨터가 펀치카드를 거쳐 결국에는 인터넷이라는 마법으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보았”(p.230)다. 이런 세계를 경험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인간은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는 종”이라는 믿음을 선물한다. 이것은 “열심히 일하고 사랑한다면 결국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실현될 것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의 말을 믿었습니다.”(p.231)로 이어진다. 나는 과연 내 딸에게 이런 믿음을 선물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움을 전염시키기 보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양육자가 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호프(hope)라는 이름이 참 부러운 부분이었다.

“우리의 자원은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 이렇게 네 가지가 전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은 달라졌습니다”(p.22)라고 말하는 호프 자런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이 울림으로 인한 떨림이 길게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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