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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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기 싫고 무섭고 나에 대해 객관적인 수치를 낱낱이 알고 있으며, 평소 좋지 않은 생활 습관과 루틴에 대한 의무적인 고해가 필수요건이라 아픈 것도 서러운데 왜인지 모르게 죄인된 것 같은 그 기분을 모두 업고 가야만 하는 곳, 바로 병원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사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어떤 관점에서 볼까? 참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 책에 대한 대답이 있는 <영화관에 간 의사>를 소개한다.

의사선생님답게 네 가지 의학적 방법을 통해 감상한다.
1.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
2.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3. 영화 속 질병 이야기
4.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 챕터 네가지가 바로 그 방법들이다.

첫 영화는 <곤지암>이다. 우리 때 악명이 높았다. 미친 사람도 갇혀 있지만, 안미친 사람도 끌려가있다는 곤지암에 있는 정신병원말이다. 여기에 대해 의사선생님은 이 영화에 대해 “인류의 문명이 지속되는 한(...) 병원이라는 장소는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그저 괴담으로만 여겨질 수 있을 정도”(p.24)로만 생각해달라고.

두 번째 영화라서 넣을까 말까 혼자 고민한 <헤어질 결심>이다. 나는 사실 영화는 보지 않고 각본집으로만 최근에 봤는데 ‘산해경’에 꽂힌 나와는 달리 저자는 “신경과 의사이자 신화와 전설 마니아인 제 시각에서 봤을 때(...) ‘운디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호흡 중추 자동능 장애’라는 질환을 재해석한 의학적 작품”(p.27)이라고 설명한다. 16세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가 창조한 운디네는 원래는 물의 정령인데 독일 작가 푸케와 프랑스 작가 장 지로두가 각각 이야기와 연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의 정령인 운디네는 어떤 기사와 사랑에 빠져 인간의 영혼을 갖게 된 대신 물가에서 모욕을 받으면 안되는 금기를 갖게 된다. 결국 남성 인간이 운디드를 저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자 운디네의 저주를 받게 되는데 ‘잠들었을 때, 숨쉬기 힘든 상태’(p.30)로 심각하면 깨어있을 때도 숨쉬기 어려운 이 상태는 ‘운디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운다며 이 영화에서 불면증을 겪는 장해준과 연결짓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한지민씨가 출연한 우리나라 영화말고 2004년의 일본판을 다룬다. 독서모임 회원님중에 이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셔 나는 운이 좋게 몇 년 전에 보았다. 저자인 의사선생님은 “왜 조제는 걷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이 영화에 관한 챕터는 시작하는데 “척추성 근위축증의 아형 중에서도 제3형이 가장 조제의 증상과 비슷한 질환”(p.102)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이야기해주지 않는 조제의 병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뭔가 시원한 느낌이 없지 않다. (왜지?) 의사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이 증상의 환자 중 “조제만큼 자유자재로 팔을 쓰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p.103)고 한다. 이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스핀라자라는 약제”가 등장했는데 이것을 투입하면 환자의 운동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는 좋은 소식도 들려주신다. 심지어 “2023년 말부터 한국에서도 보험급여가 인정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은 덤.

<아이언맨>에 대해서는 ‘질병 그리고 죽음과 끊임없이 싸우는 의사들처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마블 히어로들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 그의 매력은 의사선생님들도 빠져나오기 힘든가보다. 신화를 좋아하는 의사선생님은 그를 다이달로스나 프로메테우스와 동급으로 본다. 기술자이기도 하고 발명가인 모습과 함께 성장하는 영웅의 서사를 보여주면서 희생하는 캐릭터인 <아이언맨>!

선망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유난히 되기도 어렵고 된다하더라도 끊임없이 죽음과 질병(에 시달려 약해진 사람들도 포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의사선생님도 힐링을 위해 “퇴근 후에 영화관을 방문”(p.6)한다. 그런 의사선생님의 감상을 읽다보니 재미도 재미지만 그들의 노고와 쉼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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