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 서사원 영미 소설
패트리샤 박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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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대해 작가는 "왠지 내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p.4)이라고 설명한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와 한국 이민자의 자녀로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남미도,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찐 미국인인이지만 그녀의 넓적한 동양인 외모와 읽기 힘든 알레한드라라는 남미의 이름은 미국인이 아닌 '가짜가 된 듯한 느낌'으로 살게 한다.

그녀는 현재 퀘이커 오츠 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다니고 있다. 주변친구들은 레스토랑에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14불이 넘는 스테이크를 주문해 먹지만 그녀는 머릿속으로 피나는 계산을 마친 후  6달러짜리 차를 겨우 시킨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회적배려자같은 느낌이랄까? 에일에게 김이라는 성을 물려준 아빠는 재즈를 좋아하는 노동자였으나 작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현재 아르헨티나 출신의 1.5세대 엄마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아빠를 잃은 엄마와 이 퀸즈라는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주인공 알레한드라(이후 에일)는 와이더 대학 입학을 위해 에세이를 쓰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DNA를 가졌지만 아르헨티나의 영혼을 가진 채 미국에 사는 여주의 아빠가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그가 좋아하는 재즈와 그가 가족을 위해 요리한 엠파나다로 아빠라는 인물을 보여준다. 재즈라는 장르는 불협화음을 기본으로 한다. 악보 그대로 치면 그건 재즈가 아니다. 동양인의 외모를 했지만 한국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던 아빠, 하지만 남미사람에게도 중국인 취급을 받았던 그녀의 아버지는 재즈같은 속성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미국 사회에 이민을 와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는다. 에일은 아빠가 만들어주던 엠파나다라는 남미의 만두를 그리워한다. 소설 중간 이후 아빠의 여동생인 윤아이모가 아빠의 추모식을 열어 에일과 그녀의 어머니가 참석하게 되는데 이 엠파나다라는 만두를 한국인 커뮤니티 사람들이 지적하자 에일이 분노하는 장면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만두는 남미의 엠파나다도, 한국의 만두도 아닌 그녀의 아버지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것이었고 지금 그녀 역시 자신의 가면들 사이에서 초대받지 못한 자의 운명을 온몸으로 체감중이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직접 만나보기 힘든 똑똑한 미국인 아이들(클레어, 로럴, 조시 벅 등)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고3인건데 수능시험을 위한 문제풀이를 주로 하는 한국의 교육과 달리 어떤 수업이든 생각과 글쓰기를 중시한다는 점이 와닿았다. 그래서 에일은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자극을 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나 학교 교육 자체도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고 있어 이 주제에 대한 에세이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사회적 배려자라든가 지방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입학을 허가해주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기도 했다.

이 책, 굉장히 흥미롭게 잘 읽었다. 가독성도 좋아서 수능시험 하나에 올인하는, 우물안 개구리와도 같은 중고등학생들이 꼭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며 현재 세계는 다양성에 대한 이슈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볼 수 있었다. 다문화 정체성에 대한 문제와 시각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입문 단계이다. 그들은 어떤 가면 증후군을 쓰고 있는지, 또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마중물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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