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강하다 래빗홀 YA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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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행복식당을 운영하던 조끝순 여사의 손녀, 강하다가 주인공이다. 이 아이 “힘도 세고 달리기도 빨라서”(p.40) 참 대견한 고3 학생이다. 문해력이 좋고 수학을 잘 풀고 책을 좋아하고 등등 다 필요없었다. 건강하게 잘 달리는 이 아이 한 명이 할머니도 지키고 친구도 지키고 나이 어린 동생들도 지켜냈다.

소설 초반에 하다의 학교 경비원할아버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학생에게 상해를 입혀 다들 우르르~ 집으로 도망가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 다음날 정부에서는 “태전에 거주하고 있는 65세 이상의 시민에게 공격성을 띤 이상증상이 발생되고 있으며,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p.37)고 하며 65세 미만은 변이하지 않기에 도시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시민들은 봉쇄함을 발표한다. 하다의 어머니는 친구의 어머니 장례식으로 다른 도시에 가 있는 상황이었고, 조끝순여사는 75세였기에 태전을 나갈 수 없어서 하다는 외할머니와 함께 있기로 결정한다. 그렇다. 아포칼립스 장르다. 그래서 하다는 제목대로 달려야 하고 이 태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한다는 내용 맞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아는 그 장르 맞는데, 맞지만, 맞고요. 그런데 나는 이 장르를 로맨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안전하지 않은 저 태전이라는 도시라 할지라도, 초대해준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하다와 함께하는 저 사람들과 아파트 옥상으로 소풍가는 멤버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밑에는 좀비가 다니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 B급 감성이 넘 따듯-하다.

*인상적인 부분이 참 많았다. 봉쇄 당한 첫 날 할머니와 하다는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한국인이라면 다 끄덕끄덕하며 이해할 이 장면은 읽자마자 무슨 영화보듯 눈에 선했다.

또 “대충 동여맨 헝클어진 머리, 뭘 묻혔는지 얼룩덜룩 더럽혀진 반소매 티, 부르튼 입술과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 좀비를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이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백한 얼굴에는 생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p.71) 10층 애기 엄마의 좀비같은 몰골이다. 이 부분에서 빵 터졌는데 이건 진짜 육아를 해봤어야 알 수 있는 현실감이지 싶다. 갓난아기 보살피느라 도망가는 타이밍을 놓친 사정마저. 하다가 8살 지민이를 귀찮아하는 부분도 그렇다. 외동인 하다는 원래 까칠한 아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보살피다보니 엄마를 이해하는 부분도 생겨 조금씩 성장하는 캐릭터, 하다이다. 그렇다. 이 아이이름은 동사진행형이었어!

이런 공동체를 꾸린 사람이 하다가 유일하지 않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동네 태권도 관장님이 간간히 달리는 하다를 도와주기도 하고 본인도 남겨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중이다. 그의 아내도 꽃을 기르며 이 시국을 버텨나간다. 물론 차로 좀비 할머니, 할아버지를 치고 다니며 영웅행세하는 몬-난놈들도 있다. 어째서 65세 이상만 좀비가 되도록 작가가 설정해놓았는지도 생각해볼 지점이다. 이 책에서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노인들은 이 고립된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문을 안열어주려 하고 어서 자신을 피해가라고 자식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평생 애써왔던 관성처럼 행동한다. 이 책에서는 현동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지하철 구석에 따로 떨어진 4개의 좌석이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소리지르는 할아버지들을 좀비처럼 쳐다본 나의 시선이 부끄러웠다. 나 역시 ‘닻 내리기’(맨 처음 내린 판단이 이후 모든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 <섀도 워크 저널>에 나오는 생각의 덫 아홉 가지 중 하나이다)에 빠져 모든 노인들을 그렇게 예비 좀비로 바라본 게 아닐까 싶어서.
난 할머니와 자주 만날 일이 없어서 이런 이야기가 좀 생경하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보면서 항상 부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김청귤 작가가 부럽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끝순씨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손녀와 할아버지와의 사랑을 다 잡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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