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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낙원
김상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올해 3월의 기사 중, 인공지능의 IQ를 측정했는데 Claud3 가 100을 돌파 했으며, 4년 뒤에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3년 후인 2027년이다. 이 책의 세계관 속 인공지능 발할라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로 아르카디아라는 유토피아를 창조해낸 상태이다. 인지과학자이자 인공지능, 메타버스 전공자이며 게이미피케이션인 김상균 작가의 설정이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Open AI, Discord, Midjourney 등등 오늘날의 인공지능업체들은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이미지, 동영상을 활용한 멀티 모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관련 직업군의 사람들은 파업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하룻밤만 자고나도 생성형 AI 회사들은 더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세상에 과시한다. 지금도 ChatGPT에 디테일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걸맞는 이미지와 음악을 몇초안에 뚝딱 만들어내는 걸 보며 신기해죽겠는데 앞으로 3년 후면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시작도 ‘휴브리스’라는 강력한 단어로 시작한다. 나는 이 단어를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처음 접했다. 그 책에서도 초반에 휴브리스(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인간의 오만함을 뜻한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더 컴퍼니라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호한 이름의 이 회사는 아르카디아를 운영하면서 ‘조작몽 동반 안락사’, ‘안면이식 동반 작화증 유도술’, ‘부분 마인드 복사술’,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 ‘브로카&베르니케 이식술’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기억을 재조정한다. 하나 하나 뜨앗하지 않은 상품이 없는데 그중 ‘브로카&베르니케 이식술’은 언어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상품이다. 여기서는 전자쓰레기 소각장에서 돈이 될만한 것을 모으는 케냐 열 살 소년 키프로노의 영어능력을 한국의 부모가 원해 자신의 아이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더컴퍼니의 반대세력인 가이아의 도움으로 이 아이는 구출되지만 나중에 에필로그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더 끔찍했다. 오늘날 분쟁지역의 아이들의 참상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한쪽에서는 아르카디아라는 만들어진 세계속의 테크놀러지를 다루지만 그 다른 끝에서는 여전히 전쟁으로 인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루를 버는 그런 삶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할라의 아르카디아는 매력적인 세상이다. 이 세상의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함무라비 스타일로 안티고니아라는 감옥에 보내는 것도 언뜻 보면 정당해보인다.(사실 주인공이 하람이가 된 이유도 장교수 수업시간에 이러한 견해를 내비친 덕분)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악용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당할 수도 있음을 장교수나 L(민지)을 통해 작가는 보여준다. 이런 부분을 읽으며 한참 말많은 디지털교과서의 도입문제가 떠오른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그것을 따라갈 것인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에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아르카디아도 마찬가지다. 잘만 써먹는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기술이지만 악용하면 정말 최악의 상황도 가능한 이 테크놀러지에 대해 우리는 좀더 윤리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라는 점을 시사하는 책, <기억의 낙원>이었다.
p.s 1. 이 책을 덮고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발전한 보이스피싱이 너무 우스워보였다.
2.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인사>를 즐겁게 본 사람에게 추천한다. 거기서 인공지능 달마의 느낌이 여기 발할라에서도 느껴진다.
3. Gpt와 Claud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직접 쓴 발할라의 스핀오프가 담긴 QR도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