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밸류 빅샷 20 - ESG 시대 세상의 가치를 담다
박용삼.우정헌.민세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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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기업인 포스코 경영연구소에서 쓴 책이다. ESG 시대, 포스코에서는 어떤 가치를 담은 경영을 하고자 하는지를 홍보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리얼밸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대한 정의는 프롤로그에 잘 쓰여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장 지상주의Growth for Growth’s Sake와 주주 자본주의 Shareholder Capitalism에 대한 회의론이 쌓여가면서 기존의 기업 경영 방식을 어떻게 손질할 지에 대한 논의”(p.11)가 있어온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1997년도의 IMF가, 세계적으로는 2000년도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여기에 2015년의 “파리협정을 통해 기업의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p.12)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에서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삼는 기업의 행위가 계속될 수 없다. “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리셋할 시점인 것이다”(p.13)

“포스코는 창립50주년이 되는 2018년에 회사의 존재목적이자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이념을 선포했습니다.(...) 2022년 3월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기업시민을 비즈니스에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경영모델로 ‘리얼밸류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리얼밸류 경영은 기업이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간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입니다.”(pp.7~8)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님이 쓰신 추천의 글의 한 부분이다. ‘기업시민’과 ‘소통’, ‘공감’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가는’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런 가치를 어디에서 가져왔느냐, 바로 세상을 바꾼 빅샷(Big Shot, 중요한 사람 또는 거물) 스무 명에게서다. “비록 리얼밸류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한 시대를 이끌어온 전설적인 CEO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리얼밸류 정신이 탑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책을 집필하는 동기가 되었다”(p.34) 그래서 이 책에는 선지자형, 수도자형, 개척자형, 구원자형 빅샷을 소개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회사가 가진 유, 무형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 환경, 사회적 측면의 가치를 창출하는 여정을 살펴보는 것”(p.37)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보며 포스코가 픽한 빅샷 스무명도 흥미로웠지만 포스코라는 기업도 새삼 다시 보게 된 면이 있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경제의 밑바탕이 되어온 철강회사다. 중공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포스코가 있었기에 삼성도 LG도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최악이다. 배터리산업이 중국에서 선두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대륙에서는 기술이 없었던게 아니라, 바닷물 온도를 상승시키고, 공해를 내뿜는 산업에 대한 제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어떤 빅샷을 날려줄 CEO를 찾고 있는 걸까? 내가 보기엔 욕심쟁이여서 선지자, 수도자, 개척자, 구원자 이 네가지 유형을 모두 갖춘, 육각형 CEO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빅샷을 만들어줄 수 있는 동아줄이기를. 그리고 이 문제는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공업 위주의 대기업으로 나라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우리나라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척자형 빅샷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편이 인상적이었다. “PC시대의 소프트웨어 절대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전의 지배력을 차츰 잃어갔다. 모바일 중심으로 IT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PC와 윈도우에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p.177) 이때 클라우드 사업 담당자였던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CEO로 임명된다. 그는 윈도우와 오피스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다른 기술 생태계와 교류하지 않았던 전임 CEO와 달리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협력을 강화했다.”(p179) 그러면서 점차 오픈소스 기여도가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결합한 Office 365를 론칭해 다변화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새로운 MS의 CEO가 되었다치자. 전임 CEO가 빌게이츠였고, 그가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를 암적인 존재로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면 알아서 기느라 개방쪽으로 사업방향을 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거대한 공룡으로서 멸종으로 가는 길이 유일했을 것이다. 나는 전임CEO들과의 정반대길을 걷는 사티아 나델라를 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으로 사티아 나델라가 탄생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이 포스코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성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합니다”(p.9)
미중갈등 사이에 낀 새우가 되버린 우리나라, ESG 방식이 아니면 사지 않을 것이고 세금을 많이 내게하겠다는 EU(요새는 방산산업에 있어서도 EU의 것을 사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가 힘써왔던 철강과 중공업의 여파로 잃어버린 환경. 첩첩산중 속 우리에게 길을 보여줄 빅샷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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