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레벨 3 : 우주 탐사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3
이정모.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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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의 세 번째 책, <우주탐사>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라면 보이저호가 지구의 곁을 떠나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책이 우리 아이로부터 태양계를 넘어 저 안드로메다로 가는게 아닐까, 안타까워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부터 그렇다. 특히 비문학 쪽은 정말 걱정이다. 우리집 애는 어렸을 때 동물원가서도 살아있는 사자 말고 안내그림판에 그려진 사자와 사진찍어 달라던 애다. 다큐보다는 애니를, 책보다는 만화를, 지구상의 동물들보다는 뽀로로, 루피로 시작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그려진 동물들을 더 좋아하는 잼민이.(아.. 슬이가 이 게시글을 보면 안되는데... 하는 걱정이 1도 들지 않는다. 세 문장만 넘어가도 읽지 않는다. 니가 이 글을 보고 나에게 이야기한다면 게임시간 두 시간을 주겠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의 부모로서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넥스트 레벨, 첫 번째 책 제목이다)에 대해, 지금은 챗GPT에 밀려 조금, 한물갔다고 느낄 법도 하지만 분명 미래세계 생활방식이 될 ‘메타버스’(두번째 책) 그리고 뻑하면 쏘아대는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만 봐도 알 수 있듯 중요해진 우주산업의 첫 걸음, ‘우주탐사’까지. 앞으로 평균수명 200세를 바라보는 잘파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 아닌가. 어떻게 접하게 할 것인가 부모들의 숙제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투브에는 물론 이런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다른 집 아이는 봐도 우리집 애는 안본다. 그럴 때 쓰는 가장 간편하면서 효율적인 접근방식은 책이다. 그림책에서 글밥있는 책으로 넘어갈 줄 알았으나, 학습만화로 마무리될 뻔한 애들을 구제해줄 수 있는, 그림과 사진 2/3, 글 1/3 구성의 책이다. 게다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의 저자인 이정모 관장님이 쓰신 책이다. 나는 프롤로그 마지막 부분 중 “이 책의 독자들은 요즘 발생하는 무수한 발사 실패, 달 착륙 실패가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p.9)에도 반했다. 우주 탐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실패다. 이 전의 실패가 이 다음의 트라이에서 어떤 반전을 선사해왔는지를 아이들이 읽고 느꼈으면 좋겠다. “변화는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그러니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란 역사를 아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류의 우주 진출이 언제, 누가, 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깊게 살펴봅니다.”(p.9)라는 내용은 덤이고 말이다.

우주탐사의 시작이 사실은 전쟁이었다는 배경을 슬이에게 한번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심각한 이야기를 초등학생에게 알려주는게 맞는건지 고민하기도 했다. 정작 아이는 어찌나 재미없어 하던지. 내가 설명을 재미없게 하는 건가, 얘가 관심이 없는건가, 하브루타를 배워봐야 되나, 별 생각을 다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도 만화로 코믹하게 담고있다. 12쪽부터 시작하는 ‘우주 시대의 서막’ 장에서는 1957년 10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뉴스를 보는, 그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이 그려져있다. 그때는 1가정에 1TV가 있을 수 없는 전쟁후 였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파사 앞에 모여있다. 특히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저 쇳덩이를 시방.. 우주로 쏘아 보냈다는겨?”, “뭣 허러 그런 걸 쏘아 올렸댜?” 사실 우주에 관심없는 아이들도 이 아주머니들과 다르지 않다. 요런 아이들의 수준에서 우주 시대의 서막을 설명한다. 이후 냉전시대의 미국과 구 소련의 이야기, 공조를 해야 했던 우주 정거장이야기(레고처럼 조립형으로 설명을 해주니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쉬워보인다)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허블과 제임스웹, 보이저 호와 칼 세이건의 이야기(이 부분을 읽으며 코스모스가 두 페이지에 요약이 되네,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써내려갈 우주 탐사의 미래, 거기에 ‘아주 오래된 질문들’의 해결을 우주탐사에서 찾아보려는 인류의 고민을 최대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다. 비문학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

우주 탐사의 진행 성적이 곧 국력과도 같으니 그동안 K 웨이브에 휩쓸려 자화자찬 뉴스만 보던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재 미래 먹거리가 될 배터리나 로봇, ESG 관련 산업이나 특히 우주탐사에 대해서는 암울한 중간성적표를 쥐고 있다. 애들이 이 책을 읽고 충격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우주에 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롤로그에 써 있던 실패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실패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실패가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의 동력이 되어 우주로 뻥뻥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근데 우주는 진짜 부모가 쏘아올리는 활로는 안 될 것...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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