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피엔스>에서 저자 유발 하라리는 세 번의 혁명을 이야기한다. 이는 인지, 농업, 과학혁명이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중 세 번째 혁명인 과학혁명에 대해 더 자세히 써놓은 책으로 읽혔다. 특히 진화론이라는 마크를 새긴 과학이라는 세분화된 시각으로 말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사회를 유전자로 건강검진 받은 느낌이기도 했다(!) 저자가 유전학자이면서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며’에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복원하여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의 비교분석을 해낸 스반테 페보박사가 코로나19백신 개발을 제치고 받았다는 점을 가장 처음에 언급한다. 이후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과 1976년에 쓰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바로 이 관점에서 지금까지 “5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것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과 파급력은 그 사상적인 심오함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같다. 즉,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자’와 같이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의 여러 활동이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탐구가 별로 없었다”(p.11)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한다. 첫 번째는 “유전자의 조종이 너무나 교묘해서 인간의 인지능력에 감지되지 않는다”(p.12)는 점, 두 번째는 “우리 안에 있는 이타성의 집착”(p.14), 세 번째는 “<이기적 유전자>의 사상이 인문학적으로 발전되지 못한데는 그것이 주로 유신론과의 싸움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p.17)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사실 세 번째 문제를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점이 느껴진다. 나 역시 기독교인으로서 뉴스에 몇몇 목회자분들이 자주 목격되는 걸 보며 느껴지는 바가 있는데 과학자들, 특히 진화론전공 과학자라면 오죽할까 싶었다.

이 책의 목차 키워드는 6개이다. ‘사랑’, ‘혐오’, ‘경제’, ‘정치’, ‘의학’, ‘종교’(라고 쓰여있지만 기독교), 이 여섯 개다. 만약 이 단어들에 실물이 있다면 저자가 그 실물의 바닥에 붙어 길게 누워있는 유전자식 그림자를 보고 쓴 책같았다. 어둡고 잘 포착되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실물의 유전자식 이면을 말이다. 사랑이라는 기만, 혐오라는 두려움, 감소하지 않는 한계효용을 무시한 댓가로 붕괴되어 가는 자본주의 세계, 보수적인 세로토닌과 진보의 도파민, 질병과 노화라는 생물학적 비극은 자연의 문제라는 것, 종교는 보수적인 성향의 인간 본능의 극단적 발현이라는 것, 따라서 창조란 자연세계의 발생이 아닌 인간 세상을 만들어가는 진보적 창조라는 것 - 이 6가지 키워드에 대해 진화론으로 투사한, 사회의 그림자같았다. 저자는 기독교인인 나에게 신이 아닌 인간의 유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를 직관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난 직통으로 맞았다. 그것도 뼈맞았다. 근데 더 맞고 싶다. 그게 과학의 매력이고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1.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한국인이 쓴 책이라 너무 좋았다...몇년 전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 느낀 이해도와는 차이가 다르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사람들은 미리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2. 글은 논문식으로 쓰여져있다. 마지막에 요약 한페이지까지. 갓벽하다. 뭔가 “글은 이렇게 써라”를 배운 책이기도 하다.
3. 한편으로는 과학자가 전공을 가지고 사회에 대해 이해(여기에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를 결합시키면)하면 이런 시너지 폭발 글이 나오는 구나를 느꼈다.
4. 기독교인이 더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반성해야 한다. 나는 예배당에서도 잘 안나오는 그 이름 ‘주여’를 여기서 가끔 읊조린 건 안비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