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낯설게보기'라는 문학적 장치로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 가장 큰 공로가 있는 분아닌가 싶다. 1989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해외여행의 길이 열리고 다른 나라의 것들이 다 부럽던 그 시절, 1993년 출간된 <나의문화유산답사기> 1권으로 우리나라의 유구한 문화유산을 보여주며 한국인의 자존감을 승격시켜주신 분이니 말이다.그런 분이 이번에는 <국토박물관 순례>를 내셨다. 코로나 이전에는 지구촌이라며 세계화를 강조하던 전세계가 팬데믹 이후 자 국의 빗장을 걸어잠구기 시작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우리나라로서는 위기다. 옆나라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어떻게 겪어왔는지 우린 봐버렸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끼어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펼쳐놓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에 서있다. 보이는 것들 중 꺼내어진 것들은 초라하다. 그러기에 다시 한번 이미 지나간 것들이라 보이진 않지만 이어져오고 있는 유산에 대한 순례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30년만에 진화하여 마침내 국토박물관 순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니 답사기 제 1권 서문에서 말한 첫 문장이 새삼 떠오른다.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p.6)우리는 이런 세계의 흐름 속에서 이 진화된 책을 읽고 바래버린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냉철하면서도 포용할 수 있는 자존감을 복구해줬으면 좋겠다. 이 두 형용사의 간극을 느끼며 1권을 읽었다.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인류사로부터의 시작에 반갑다. 구석기시대 한반도 선조들 이야기로부터의 출발은 한국인으로의 순례를 떠나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의 2권 3권이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