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소녀 팡 그래픽노블
마갈리 르 위슈 지음, 윤민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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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음악없이, 특히 가수의 덕질없이 사춘기를 통과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있을 수 있다. 전쟁을 겪거나 격동의 1970년대를 청춘으로 보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트로트 경연대회 프로그램 이후 그들도 영웅씨로 대표되는 덕질 대열에 저 뒤에 줄 서게 된다. 우리나라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게, 팝가수, 롹가수, 브리티씨, ..... 나주평야~바바리~치와와로 불리는 심바에라도. 우리의 흥이 이끈 K-pop이 세계적 대유행 중임을 봐도 알 수 있다. ...나보다 분명 언니인, 프랑스 마갈리 언니가 비틀즈를 덕질한 열두 살 이야기, <어디에도 없는 소녀>를 읽다보니 한국인으로서 덕질의 기원에 대해 굉장히 자긍심있게 첫문단이 써진다. (하긴 존 레논이 팬한테 총맞고 돌아가신 걸 보면 외국사람들이 더 하면 더 했나)

물론 나 역시 서태지, 듀스, HOT.. 내 나이 또래라면 모두가 좋아했을 그런 음악들도 좋아했다. 내가 중학교때 유일하게 갔던 콘서트가 ‘드림콘서트’였다. 그런 종합운동장에서 하는 콘서트 참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친구들에 휩쓸려서 가긴 갔다만 난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가수는 내눈으로는 모기만해 보이는데, 티비로 보면 표정도 다 보일 것을, 대체 여기는 왜 오는 거지? 라이브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왔더랬다. 내 기억에는 고 신해철씨가 만들었다는 ‘내일은 늦으리’ 노래만 기억이 난다. 콘서트는 분명 ‘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더랬다. 이때 우린 탄소란 존재는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싶은 가사가 담긴.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속에 담게 해주오’ 끝내 이 노랜 이루어지지 못했네. 쩝. 지금 고우리씨가 담당하는 저음의 1세대 신해철씨 얘기를 하려다가 여기까지 왔다. 왕년에 N.E.X.T안 좋아한 사람은 또 어딨을까. 그러다가 M-bop 삼형제로 팝에 빠져... <스피드>의 키아누 리브스를 보며 영화에 빠져... 금발머리 임청하씨 때문에 중경삼림으로 왕가위에 빠져... OST로 빠져.. 삶이 진짜 덕질로 이루어져 있었네. 바로 그 덕질에 대한 책이다. <어디에도 없는 소녀>라는 부정의 제목은 사실 <어디에나 있는 소녀>라는 제목이었어야 마땅함을 주장하며.

마갈리는 열두살 여름,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똑똑한 언니처럼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학교 공포증’에 걸린 마갈리는 홈스쿨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비틀즈는 마갈리의 유일한 구원의 길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눈에는 가장 큰 방해물로 보인다. 비틀즈 노래를 테니슨의 시처럼 “생명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다 마셔 버린” 마갈리 언니는 그림으로 비틀즈를 형상화하며 겨우 빠져나온다. 나는 덕질은 더 좋아보이는 덕질로 뒤덮는게 아니라 예술의 길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덕질이 퇴치해야 할 무언가는 아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키이기도 하다.

공부해야 하는데 덕질하느라 공부하기 싫은 수험생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비틀즈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를 그림으로 표현한 장면이 맘에 들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이 흑백의 현실에서 컬러를 주는 영혼의 음악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을 DNA에 새겨놓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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