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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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만만한 생명체가 아니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껍질로 자신을 감싸고서 동시에 맵고 고약한 향을 풍긴다.”(p.7) 그런 양파를 까며 첫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이자 화자- ‘나’인 미주. 미주는 왕따다. 그런 미주를 맴도는(! 스포할 순 없으니까) 세아. 그리고 세아는 미주처럼 아싸에 가까운 세정이에게 관심을 달라고 미주에게 부탁하는 이야기다.

*세아는 미주에게 자신의 후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소년들은 감정에 솔직해지는 게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게 건강한 멘탈 조건의 1번이라는 것을 어른들도 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세아는 미주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세아가 늘 웃으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길래 진짜 괜찮아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냥 난 웃음으로 감추는 게 좋았어.”
이건 또 뭔 말이지. 내가 가만히 있자 세아가 말을 이었다.
“근데 미주야, 울 땐 울어야 해. 싸우고 싶을 땐 싸우고. 웃으면서 자신과 싸우는 건 너무 외로워. 죽어 보니까 그래.”(pp.82-83)

*친구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종종 내가 불 꺼진 상점처럼 느껴졌다. 불 꺼진 상점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다. 윤이서를 향해 잠시 불을 밝히고 문을 열었지만 다시 폐점한 상점이 되어 버렸다. 나는 매일 어두운 상점에 홀로 앉아 오늘은 꼭 전구를 갈아 끼우자고 다짐한다. 전구를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주 잠깐 용기를 내면 된다. 하지만 나는 감전이 될까 봐 무섭다.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무섭다. 감전될 확률은 아주 낮은데 나는 나설 요기가 없다. 나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p.102)

24시간 불을 켜고 싶진 않지만 분명 불이 꺼질 때가 온다. 그때의 외로움을 불안해하는 미주는 그런 자신을 ‘불 꺼진 상점’이라고 느낀다. 이런 비유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따뜻한 빛 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이런 비유가 더 있다. 이 소설에서 친구관계에 자신없어진 미주에게 우정이란, 이 소설의 첫 문장에서 묘사되는 양파와도 같다. 분명 껍데기는 윤기가 나지만 맵고 고약한 향을 풍긴다. 이서 덕분에 미주는 양파를 썰면 나도 모르게 흐르게 되는 눈물도 맛봤다. “양파 한 조각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알싸하게 매운 게 볶으면 설탕보다 달콤한 맛이 났다. 정말이지 먹을수록 궁극의 맛이 느껴졌다. 양파를 씹어 삼키며 창가에 눈길을 두었다.(p.107)” 이 매운 양파가 궁극의 맛이 느껴지기까지 세아의 노력이 있었다.

*제목에 대해
“너 잘 생각해 봐. 마이너스 1과 마이너스 1을 합치면 0이 아니라 마이너스 2야. 김세정과 내가 딱 마이너스 2라고. 근데 우리가 굳이 만나야겠니?”
“미주야,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어?”
“함께 있어서 외로움이나 슬픈 게 줄어들 수도 있잖아.”(p.116)

마이너스 1 + 마이너스 1 = 마이너스2라는 공식은 그저 수학공식에 불과하다. 대놓고 왕따 당하는 아이인 미주와 애들이 이상하다며 거리두는 아이인 세정이가 같이 다니는 것은 마이너스2가 아니라 세아 말 대로 “함께 있어서 외로움이나 슬픈 게 줄어들 수”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식이 정답이 아님을, 우리는 살고있는 집값이나 용돈이 얼마냐로 친구를 만드는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고리를 맺는 것임을 이 책의 제목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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