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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재하는 개 -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파카인 지음 / 페리버튼 / 2023년 8월
평점 :
*<아직도 존재하는 개> 표지를 보면 누군가 목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개는 앞 두 다리로 버티고 있다. (뒷다리의 발은 앞표지에 의해 잘려 있는데 이 조차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동작을 하고 있는 개 종종 본 것 같다. 우리 집 앞에는 중랑천이 있어 산보하는 많은 개들을 볼 수 있다. 내가 본 개들의 이런 동작은 대부분 ‘집에 가기 싫어요’, ‘내 발로 걷기 싫어요’, ‘그 쪽으로 가기 싫어요’의 의지를 나타냈다. 중요한 것은 이 버티는 동작이 개들의 바디랭귀지로 “싫어요!”라는 것이다. 이 개는 무엇이 싫을까?
*글없는 그림책인 <아직도 존재하는 개>는 1장 도살당하는 개, 2장 구조되는 개, 그리고 3장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는 개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은 목탄이라고 해야 하나, 검은 연필로만 그려져 있지만 1장의 도살이라는 폭력은 레드로, 2장의 구조된 개들을 향한 온정은 그린으로, 3장 아직 남아 있는 개들은 검은색으로만 그려져있다. 이 ‘아직도 존재하는 개’들이 앞으로 레드와 그린 둘 중 어느 것으로 색칠되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개를 그린 그림책 중 특히 연필로 그린 작가들을 몇 명 알고 있다.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 이수지 작가의 <강이>. 이 두 책은 그저 버려지기만 했다. 파카인 작가님의 책처럼 최소한 죽음을 코앞에서 목격하고 이 후각이 좋은 동물들에게 피냄새를 맡게 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앞선 두 책에 비해 이 책의 그림 선은 훨씬 짙고 어둡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림체다. 쉽게 강아지를 사서 기르고, 손쉽게 버리지만 (이런 게 크로키로 그려졌다면) 그 버려진 개들과 아직도 존재하는 개들에게 남겨진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진하고 번진 목탄으로 그려졌을지도)
*음식물쓰레기가 문제가 될 정도로 먹을 것이 풍족한 이 시대에 과연 ‘보신’이라는 이름을 단 음식을 먹을 필요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백하자면.. 사실 개고기가 야들야들하긴 하다...(어렸을 땐 음식을 남기는 걸 죄악처럼 여겨서 주면 먹었..) 하지만 먹으라고 해도 안먹은지는 10년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책을 그 당시에 봤으면 절대 안먹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1일 1회독 1년을 읽는다면 채식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