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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평점 :
이 소설에는 두 종류의 수레바퀴가 언급된다. 하나는 지구에 700만 명의 인간이 살고 있었을 때, “바퀴는 도공의 공방에서, 물레방앗간에서, 수송로에서, 전장에서, 시계판 아래에서 역사를 이끌어왔다”(p.13)라는 그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 기준)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도 검증할 수 없는 원판은 인간의 정수리에서 50센티 가량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pp.13-14)라고 하는 운명의 수레바퀴이다. 작가는 ‘바퀴의 회전’이라는 것이 “시작도 끝도 없는 반복이자 순환이지만 그것이 멎는 순간은 시작이거나 끝”(p.13)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인류는 바퀴에 의해 인력을 더 이상 쓰게 되지 않을 줄 알았을 것이다. 하나의 바퀴 대신 수 많은 바퀴 컨트롤이 가능해졌고 이전보다 더 힘을 쓰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 대신 바퀴를 끄는 가축이라던가, 바퀴가 마찰없이 굴러가기 위한 길 등등 더 많은 신경을 써야했을 것이다. 바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우고 바퀴의 노예가 된 것은 감춰졌을 테니.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다. 여기에 그저 운명의 수레바퀴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우리의 모든 정치, 경제, 종교, 개인의 삶에 이 바퀴가 스며들.. 아니 심장에 쾅쾅 망치질된 것처럼 압도되었다. 미국보다도 경쟁이 치열하며 세속적인 현재의 한국. 이 수레바퀴는 과연 한국사회에 만연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게 되지만 읽을수록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예리해서 감탄하면서도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아 마음아프다. ㅜ
수레바퀴란 무엇일까? 나는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이룩해놓은 모든 정치, 경제, 종교, 과학, 사회 속 여전한 계급, 그리고 그 한가운데 욕망 그 잡채, 돈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바퀴로 상징한게 아닐까 싶다. 하나로 뭉쳐진 상태로 가속도의 법칙에 따라 무섭게 굴러가고 있다. 썩어빠진 브레이크로는 멈출 수 없다. 이대로 기후위기와 큰 충돌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 책의 제목은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이다. 바뀐다는 것은 주체의 의지가 필요한 동사이다. 그 주체가 제발 우리 인간이기를 바랄 뿐이다.
p.s 진심 나의 원판이 무슨 색으로 도배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과연 떳떳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제목의 '수레바' 까지는 수평을 이루다가 '퀴 이후'는 수직으로 뚝 떨어지고 있다. 이 책의 결말이 무습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