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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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저귀도 안 뗀 애를 데리고 나간다는 것은, 특히 나같은 I 성향의 사람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일단 짐을 싸야 한다. 기저귀, 물티슈, 아이 장난감, 아기띠, 아이를 앞에 메고, 짐은 들쳐메고 무엇보다도 ‘왜 아이는 하나밖에 안낳았냐’ 숱하게 물어볼 할머니들을 face to face 할 수 있도록 마음의 갑옷도 입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자차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그림책 속의 아빠는 버스를 탄다!!! 자차가 아니라 버스를 태우는 일은 두 배로 힘들다. 난 슬이가 처음에 전철이나 버스만 타면 그렇게 울었다. 두 정거장 정도 달래며 가다가 안그치면 그냥 내렸다. ‘좀 뻔뻔해질 수도 있었잖아’ 라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땐 엄마가 처음이었고 아이가 대중교통을 타고 낯선이들을 대면할 때 그렇게 울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러면서 난 중랑구 밖을 벗어날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 걍 동네 중랑천을 주구장창 나갔다.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 부모말고 다른 낯선 이들이 너의 적이 아니고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갈 동료라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의 가장 애먹었던 육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아마도 기상캐스터로 보이는 엄마가 출근하고 최애 엄마 다음의 양육자 아빠가 못마땅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도 없는 그
런 선아네의 이야기다. 이 아버지는 사랑하는 선아를 위해 선아가 좋아하는 호랑이(최애인형이 호랑이인 것으로 봐서)를 보러 가자는 계획을 세운다. 물론 이 아버지도 그렇게 힘든 길일지 몰랐겠지..

버스를 타고 아이는 낮잠을 잔 듯하다. 기저귀를 못 뗀 아이들은 낮잠을 꼭 잔다. 아마도 이 것도 아빠의 계산 속에 들어가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아빠와 호랑이를 보러 나와 버스를 탄 것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꿈 속에서 아빠가 선아를 위해 계획한 모든 것들을 보고 즐겼다. 선아는 이 여정만으로도 아빠와의 좋은 감정과 기억을 갖게 되었다. 왜 하필 호랑이의 결혼식일까? 글쎄. 아빠가 호랑이를 닮아서일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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