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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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킹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형 칼리드의 죽음이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다. 킹은 칼리드 형과 같은 방을 썼는데 형은 잘 때 잠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형의 장례식에 들어온 잠자리를 킹이 보고는, 형이 잠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날 이후 동생 킹은 하교하는 길에 있는 늪지대를 거닐며 형을 찾는다. '형의 죽음으로 킹이 할 수 있는 것은 잠자리가 된 형을 찾는 것 뿐'(p.48)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주인공 킹은 킹스턴의 애칭으로 흑인이다. 흑인하면 BLM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은 인종에 관한 것 외에도(KKK단원이었던 백인 가족과 킹의 가족사가 언급된다) 여러 편견들이 이 소설에 드러나있다. 예를 들어 킹의 친구, 대럴은 키가 작지만 농구를 좋아한다. 자신보다 더 큰 브리애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남자는 여자보다 커야한다(p.31)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킹의 아버지도 '사내가 주방에서'(p.58)그런 일을 하면 안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족을 괴롭히던 백인가족의 샌디는 동성애 성향이 있는 킹의 친구이다. 킹과 재스민, 샌디는 셋이 친했지만 형은 샌디와 같이 다니다가 소문이 나는 것을 우려해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샌디는 그런 성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버지로 부터 자주 구타를 당하고 가출하기에 이른다. 그런 샌디의 가출을 은닉하게 된 킹은 비로소 잠자리가 된 형을 조금씩 잊게 되며 소설의 중반을 지나간다.

집에서 든든했던 장남 칼리드의 죽음으로 슬픔이 들이닥친 킹의 집. 그의 어머니는 더이상 요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킹을 등교시키는 아버지가 '사랑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지만 하게 되는데 킹은 그 사랑한다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죽은 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응답으로서의 '사랑한다'를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편견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이런 오해가 가슴아팠다. 킹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라서 유리같다. 이런 현실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킹의 마음에 박히는게 보이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좇는 잠자리를 제목에 갖다 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런 편견의 늪에 빠지지 않고 물이 비치는 빛을 따라 자유로울 수 있는 잠자리는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킹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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